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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실이(57)_끝내 떠나다(4)

7154 2011. 7. 30. 15:13

꼬실이(57)_끝내 떠나다(4)

 

(너도 내게 온 귀한 생명이었다. 무딘 그대에게 호소하고 싶은, 그대로 묻어 두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인간과 반려견의 이상적 교감 이야기.)

 

 

 

 

미친 듯이 쏟아지는 설사가 몇 차례나 나를 화장실로 불러들였다. 나도 어떻게 할 바를 몰랐다. 활명수 찾아 무려 세 병이나 먹고 나서야 속은 다소 진정되었다. 울면서 토하면서 설사하면서, 내가 이렇게 난리치는 걸 보고 막둥이가 일어나 날름 핥아줄 것만 같아 자꾸 쳐다봤다.

내가 어디 아프기만 하면 옆에 찰싹 붙어서 얼굴이고 어깨고 팔이고 핥아 주던 녀석이었다. 하다못해 모기한테 물려 박박 긁어대는 꼴도 못 보고 기어이 제가 핥아주곤 했다. 녀석이 핥아주면 가려운 게 나아 이내 아물었다. ‘그런데 그런 녀석이 어머니를 이렇게 괴롭게 하다니, 이걸 보고도 모른 체하다니.’ 그게 고약스러워 더 더 눈물이 났다.

 

아우는 두 시까지 앉아 있다 내게 떠밀려서 갔다. 저희 집도 애들끼리만 있을 테니 함께 밤새우자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 녀석들도 무슨 일인가 불안해 떨고 있을 텐데. 아우가 가자 우리는 그제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포대기처럼 싸고 있던 수건을 빼고 새 수건을 주름 하나 없이 펴서 깔아 그 위에 눕히고 다시 포대기처럼 곱게 접었다. 아침 일찍 보내려면 우리도 조금 자둬야 했다. 산까지 가려면 정신을 바로 세워야 했다. 막둥이를 어쩌나 잠시 생각했다. 이미 경직된 몸을 자칫 깔지 않을까 순간 염려는 했지만, 그래도 마지막 같이 보내는 시간인데 따로 재울 수는 없었다. 수건째 고이 안아서 딸 침대에 눕히고 딸은 그 옆에 나란히 누웠다. 나도 빼다지 침대를 빼서 바짝 옆에 붙었다. 몸이 너무 작아서 우리 두 여자 손이 함께 완전히 덮을 수는 없었다. 딸이 동생 배를 덮고 나는 딸 손을 덮었다. 우느라고 아무 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추억을 되씹기에는 일은 지척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밤을 지냈다.

 

언제 잠들었는지는 모르지만 한 시간 정도 잠은 잤나 보다. 살그머니 일어나 거울을 보니 부은 눈이며 얼굴이 가관이다. 딸도 퉁퉁 부은 얼굴로 막둥이와 나란히 누워 아직 자고 있다. 조금 있으면 아우가 다시 올 것이다. 다정하게 잠든 두 아이를 보노라니 기가 턱 막혀 온다. 저것들이 저렇게 열여덟 해를 살았는데 어찌 헤어질꼬. 잠시 쭈그리고 앉아서 조금 더 울었다. 작정을 하고 우는 건 아닌데도 저절로 눈물이 자꾸자꾸 나온다. 시간이 자꾸 간다. 인제 정말 이 집에서 저 애를 떠나보내야 하는 걸까. 시간이 멎었으면 좋겠다.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이 책은 상업적으로 기획된 책이 아니라 반려견 꼬실이18년 함께 살아온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오해 없으시길요.)

 

http://www.yes24.com/24/goods/4521672?scode=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