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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실이(59)_꼬실이의 장례(1)

7154 2011. 8. 1. 14:48

 

 

 

 

 

 

꼬실이(59)_꼬실이의 장례(1)

_누나 일기에서

 

 

모든 게 후회스럽고 미안한 것 투성이다. 그땐 왜 그랬을까, 그때 얘가 얼마나 싫어했을까 등등. 이렇게 못난 누나임에도 우리 꼬실인, 세상에서 제일 착하고 예쁜 꼬실이는 마지막까지도 내 기도를 들어주었다. 부디 꼬실이가 마지막 길을 떠날 때 내가 학교에 가거나 해서 집을 비운 시간이 아니길 늘 바라고 바라왔는데 내 기도를 이뤄주다 못해서 아예 내 배 위에서 떠나주었다. ‘맞아, 우리 꼬실인 늘 사려가 깊었지.’

 

꼬실이가 떠났다는 어머니의 울부짖는 전화를 받고 알라님이 곧 가게 문을 닫고 뛰어오셨다. 영원히 잠이 든 꼬실이를 쓰다듬으며 아줌마도 꼬실이 아주 많이 사랑했다며 속삭여 주셨다. 많이 아파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평화로운 표정이었으니 너무 슬퍼하지 말라며 나랑 어머니를 위로해 주셨다. 겨우 정신을 추스르고 인터넷에서 미리 봐 두었던 장례업체에 전화를 해 내일 아침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했다. 어머니가 도무지 차를 직접 운전할 수가 없을 것 같다 하셔서. 알라님은 새벽 1시가 넘어 집에 가셨고 나랑 어머닌 꼬실이를 어떻게 할까 하다가 결국 데리고 자기로 했다. 평생을 같이 잤는데 영혼이 떠났다 해서 거실에 혼자 두면 얼마나 쓸쓸할까. 요 근래 그랬던 것처럼 내 옆에 눕히고 몇 시간이나 쓰다듬으면서 울다가 잠이 들었나 보다.

 

장례업체에서 아침 9시에 데리러 왔다. 밤새 딱딱하게 굳었던 꼬실이는 다시 몸이 풀리기 시작하더니 슬슬 부패하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제일 예뻤던 옷을 입히고 물수건으로 깨끗이 닦아서 수건에 감싸서 내가 안고 갔다. 낮에 약속이 있다고 하시더니, 알라님은 그것까지 미루고 우리와 함께 가주셨다.

 

1시간 반 정도를 달려 김포 화장장에 도착, 이미 다른 강아지가 화장 중이었다. 로비에서는 그 강아지의 주인인 듯한 사람들이 이미 한차례 울었는지 풀이 죽어 앉아 있다가 꼬실이를 보고는 다시 왈칵 울어 버렸다. 장례업체 관계자분이 꼬실이를 운구 꽃마차에 내려놓으라길래 내려놓고는 나랑 어머니, 알라님 셋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금방이라도 일어나서 탈탈 털고 왜 나를 이런 데에 올려놨냐며 안아달라고 빤히 쳐다볼 것 같은데 우리 꼬실인 누워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평생을 뚱뚱한 적 없이 늘 S라인에 늘씬한 녀석이었지만 요 열흘간 물이고 밥이고 일체 먹지를 않더니 0.3kg이 빠져서 1.2kg밖에 되질 않았다. 조금만 힘을 주어 잡으면 양쪽 옆구리끼리 닿게 생겼다. 살이 빠졌으니 더 쪼끄매 보이고, 너무 슬프고!

 

20분쯤 뒤, 먼저 화장했던 강아지가 나오고 꼬실이가 들어갔다. ‘여름에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차에 타지도 않으려고 했던 녀석이 저 뜨거운 데를 누나도 어머니도 없이 혼자 들어가네.’ 마지막으로 꼬실이를 싸안고 갔던 수건에서는 여전히 꼬실이 냄새가 났다. 그 수건 껴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이 책은 상업적으로 기획된 책이 아니라 반려견 꼬실이18년 함께 살아온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오해 없으시길요.)

 

http://www.yes24.com/24/goods/4521672?scode=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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