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3월16일, 경기도 하남시 검단산 등산로에서 하산하던 등산객이 살짝 덮인 흙더미 아래에 두툼한 쌀포대가 숨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호기심에 다가가 포대자루를 들추던 등산객은 사람 손을 발견하곤 혼비백산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시신에서 지문을 채취해 경찰청 자동지문검색시스템(AFIS)에 의뢰해 신원을 확인하는 한편 시신에 대한 검안과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과학 수사 등 현장 감식을 실시했다. 시신은 젊은 여성이었는데, 얼굴 부위에 여러 발의 총상을 입고 팔과 뼈가 부러진 채 숨져 있는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나중에 그 총상은 공기총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얼굴과 머리 부위에 모두 여섯 발이 근접 사격으로 발사되어 뇌에 박힌 치명상이었다. 확인 사살 행위가 확인되는 전형적인 ‘처형’ 형태의 살인이었다. 곧이어 확인된 피해자의 신원은 더욱 놀라웠다. 이화여대 법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하 아무개씨(당시 22세)였기 때문이다. 권력과 돈의 만남, 잘못된 결혼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기에 법대 여학생이 경기도 하남시 검단산 등산로 한편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싸 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어야만 했을까? 사건이 알려지면서 언론의 보도 경쟁이 시작되었다. 피해 여학생이 남다른 미모의 소유자라는 점이 부각되고 온갖 억측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은 피해 여학생의 수첩 주소록에서 법조인과 교수 등 사회 유력 인사의 연락처들이 발견되었다면서, 이들과의 ‘부적절한 관계’에서 비롯된 치정 사건일 가능성이 있다며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무분별한 추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피해자는 이미 10일 전에 가족에 의해 실종 신고가 되어 있었다. 2002년 3월6일 새벽 5시 반에 동네 체육관에 수영을 하러 나간 피해자가 귀가할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부모는 딸의 귀가 경로와 주변을 구석구석 살펴보았지만 찾지 못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경찰이 인근에 설치된 CCTV 녹화 테이프를 모두 확인하는 과정에서 귀가하던 피해자가 최소한 두 명의 괴한에게 납치되는 장면이 발견되었다. 실종 사건이 납치 사건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피해자 주변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던 경찰은 피해자가 사촌 오빠의 장모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다가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고, 2001년 10월 법원으로부터 ‘접근 금지 명령’을 받아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피해자 가족에 따르면 피해자가 실종되기 일주일 전에도 수상한 남자들이 피해자를 미행하고 집 주위를 서성거리는, 납치 시도로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있었다. 그런데 피해자의 사촌 오빠와 그 처갓집이 ‘보통 사람들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수사가 쉽지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피해자의 사촌 오빠는 현직 판사인 김 아무개씨(당시 30세), 그 처가는 부산의 재력가인 기업 회장 집이었다. 1999년 11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판사에 임용된 김판사는 대한민국 최고의 수재인 자신의 가치에 걸맞은 대가를 받는 결혼을 하고 싶었다. 중매인을 통해 거액의 현금과 아파트, 자동차 제공을 기본 조건으로 내건 김판사에게 다가온 것은 부산에 있는 유명 밀가루 http://www.sisa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593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