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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사투리 보존 카페_[전라도 이야기_전라도 사랑]

7154 2013. 6. 2. 18:27

 

 

친구

 

 

 

1).

 

 

야이 인마, 형님이다.

어이 호랭이 물어갈 놈. 안 디지고 살아 있었네. 먼 지랄한다고 인자사 전화허냐.

그러는 니는 손모가지가 부러졌냐. 전화 한 통 안 허게.

나는 니 디저분 줄 알았어야.

염병하고 있네 문댕이, 나가 주그면 속이 씨언 허겄냐?

니 이거 모르제. 나가 니 디지먼 부주헐라고 만 원짜리 개비에 넣고 댕긴 거. 그래도 니 생각 끈하게 해주는 놈은 나밖에 없어야!

그랬냐. 그거스로 낭중에 술이나 받어라.

긍깨 언넝 내려와. 성태집에 니 창시 채울 막걸리랑 안주 쌔부렀어.

아이 니미, 막걸리 처묵을라고 그 먼디까지 내려간다냐 .

똥꾸멍 삘건 놈이 막걸리면 됐제 멀 사준다냐?

지랄하고 자빠졌네.

그나저나 얼마나 바뿌간디 꼬라지 보기가 힘드냐. 니가 서울 돈 다 거머부냐?

검기는 좆도, 맨날 죽을 맛이제. 요즘은 징허다 징해. 다들 죽는다고 난리여. 니는 어치냐?

니기미, 팍팍한 시골에서 머 있간디. 거시랑치 들안즌 창시로 술이나 빨아야제.

세상 내꼴시러워도 술 작작 처묵어 자석아!

가방끈 진 소리 했샀치 말고 이 형님한테 전화나 자주 해라. 아우가 어치게 산 지는 알아야 될 거이 아니냐?

이 자석이 시방도 철이 안 들었당깨. 니가 왜 형님이여?

이 미친놈아, 머리 히건 놈이 형님이제 누가 형님이다냐!

아따이 싸가지 없는 놈, 내려가면 니 주게분다 잉.

 

 

 

2).

 

 

엄니도 정정허제?

잉, 나이 잡숴도 우리 엄니 심 따라올 사람 없을 건마!

동네도 별 일 없고?

쪼시락헌 동네가 머 별 거 있겄냐. 근디 엊그제 난리가 나부렀다.

왜, 무슨 일인디?

엊그제 겁나게 비 왔제 잉. 그날 만식이 즈그 새르팍 다리가 막캐서 물이 칠동떡집 마당으로 다 안 들어가부렀냐. 그래갖고 지미 씨벌, 만식이 즈검니하고 칠동떡하고 싸움시롱 머리끄댕이 지뜯고 하여간 두재비가 나부렀다.

아따, 시골 사람들이 왜 그래싼다냐. 정내미 떨어지게.

인자 시골도 우습도 안 해야. 근디, 느그 엄니는 어치냐?

우리 엄니도 그렇제 머, 나이 드셨응깨… 아이, 동네 앞에 아직도 썹서구 많이 나냐?

째깐히 나기는 난디 인제 냄새나서 못 묵어.

왜?

뻘바닥이 다 오염돼부렀써. 뻘이 다 썩어간다 썩어가!

어째야 쓰까, 큰일이다 잉.

아이, 구신 씬나락 까먹는 소리 그만허고 니 언제 내려올래. 얼굴 잃어불겄다 이 씨벌놈아!

몰라이, 새끼야. 니 씬더구 보기 싫어서 안 갈랐다.

이 씨벌놈아, 서울에서 여그까지 여섯 시간이면 와분다!

그렁깨 잉, 나도 한 번 내려가고 잡픈디 맘대로 안 댕마. 다음에 또 전화 허깨.

알었다. 비민히 알아서 허겄냐마는 어려워도 잘 전딤시롱, 돈도 많이 거머불고, 술도 많이 처묵고, 각시랑 오입도 많이 허고 잉?

씨벌놈이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지네. 끄너 새끼야!

 

_이승훈 수필집 [가족별곡]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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