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드림출판사, 서울내기 일진 성장소설 [땡크노미] 펴내
‘땡크’처럼 저돌적이고 무차별하게 반항하던 아이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김영태 수필가가, 자신의 청소년기를 배경으로 낭만적이고 적나라한 성장소설 [땡크노미]를 해드림출판사에서 펴냈다.
시대적 배경이 다른 만큼, 지금 서울과는 전혀 딴판인 환경과 문화여서 현재 청소년들의 삶과 문화적 배경에는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솟구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해 ‘땡크’처럼 저돌적이고, 무차별하게 반항하고, 무모한 깡다구를 앞세운 그들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존재들이다.
[땡크노미]는 다소 불량스럽게 청소년기를 보낸 선험자로서의 이야기를 소설화하여 들려줌으로써, 이 시대 청소년들의 거센 갈기를 이해하고 함께하려는 의미와 성인 세대들에게는 ‘그래, 우리도 한때는 그랬어.’하는 공감을 유도함으로써 좀 더 열린 가슴으로 그들을 바라보자는 의미로 쓴 성장소설이다.
특히 이 소설에서는 몇십 년 전 서울의 가난하고 시골스런 모습과 때 묻지 않은 계곡물 같은 정경들이 적나하게 펼쳐져, 예전 서울 생활과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에게 그지없이 반갑고 눈물 나는 소설이 될 것이다.
거센 갈기의 수사자들, 땡크는 2인자
[땡크노미]에서 주인공 땡크는 2인자이다. 하지만 ‘깡다구 게임’에서는 늘 1인자 격인 상호를 앞서기 때문에 상호도 2인자인 땡크를 무시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학년에서 1등도 하는 등 공부 잘하고 머리 좋은 땡크이지만, 싸움과 보짱 그리고 힘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1인자 상호에게 우정적으로 순응하며 멤버를 이끌어 간다.
땡크는 정이 깊고 눈물이 많으며 효심이 깊은 아들이다. ‘엄마’를 버린 아버지의 부재가 땡크를 불량스럽게 만들었어도 땡크는 언제나 인정 있고, 사려 깊고, 정의롭게 행동하였다. [땡크노미]를 읽으면 한없이 주인공 땡크에게 연민을 느끼며 또한 사랑하게 된다. 펼쳐지는 이야기마다 감동이요, 모두 팩션에서 비롯되는데 어쩌면 이렇게 매일 소설 같은 일상이 벌어질까 싶을 정도이다.
「수영을 못하는 나로서는 피 말리는 싸움이었다. 그 혈투 끝에 가까스로 올라선 백사장은 온화했고, 따듯했으며 파라다이스였다. 그리고 엄마의 품 같았다.
엄마를 떠올리니 갑자기 엄마의 얼굴이 그리워졌다. ‘탱크! 탱크! 탱크! 엄마는 너만을 의지하며 산단다.’ 내가 가진 뛰어난 재주도 없고, 그렇다 하여 탤런트적인 기질도 없는데 맏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를 과분하게 대하는 엄마였다. 그 엄마로 인해 잠을 쫓는 타이밍을 먹어가며 시험 때마다 밤을 샌다는 걸 엄마는 모르고 있었다. 이따금 점수가 좋아 엄마를 기쁘게 하였다.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자면 그건 과도한 스트레스였다. 내게 악마와 천사의 피가 뒤섞여 있다가 필요에 따라 악마로, 때로는 천사의 얼굴로 현란하게 교차해서 나타나는 악몽을 꾸었던 건 아니었을까.
강물의 중간쯤에 도달하면서 어이없게도 그런 생각에 잠겼었다. 무슨 여유로 엄마를 떠올린 건 아니다. 그만큼 절박했기에 죽은 메리처럼 사지를 움직일 때마다 ‘엄마, 엄마! 난 해낼 거야.’라는 절규와 희망을 주술처럼 외웠다.」
학교와 술과 담배, 그리고 이성
매로 학생들을 다스리던 선생님들은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들이 타도해야 할 적으로 삼아 일진일퇴를 거듭한다. 그러나 약자는 항상 학생일 수밖에 없는 게 당시 시대 상황이었다. 반복하여 얻어터지고 체벌을 당하면서도, 멤버는 선생님들과 맞서는 만용을 부려본다. 주워들은 게 없지 않아 때로는 군사부일체의 위엄을 존중하여 실천도 해보지만, 그저 어쩌다 한 번에 그치고 마는 것이다.
담배와 술은 우정의 징표로 등장한다. 이 시기 시작한 술과 담배는 대부분 평생 달고 산다. 멤버의 따돌림이 무서워, 하기 싫어도 피우고 마시면서 또한 그걸 멋이요, 낭만이며 폼 나는 인생살이처럼 여긴다. 중독의 수렁 속에 빠져들어 속절없이 몸을 비틀거리면서도 결코 비틀거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불량스러운 한 때이다. 담배와 술을 지성인의 근사한 기호품이라 일컬은 때이니 최고의 악질이요, 악마라는 걸 눈치 채지 못하였던 것이다.
인터넷 문명의 지금과는 달리 이성에 대해 눈뜨는 계기가 출처 불명의 도색 잡지이다. 자고로 사내 녀석들의 성에 눈을 떠가는 야릇한 장면에서는 웃음도 나오려니와, 다른 한편으로는 ‘성이 트이는 과정’에서 숙연함조차 감돈다. 사춘기의 길목에 서있는 아직 덜 여문 청춘들의 치기어린 행위가 허무맹랑하지만은 않은 또 하나의 성장 과정인 것이다. 급기야 친구 누나를 마음에 담아 마음을 애태우고, 때맞추어 실습 나온 교생을 향해 연정을 품기도 하면서 사랑을 깨달아 간다.
일진도 한때, 어른 되면 대부분 어엿한 사회인
[땡크노미] 저자는 현재 중견기업체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청춘의 시작은 곧 야생의 시작과 같은 것이지만, 적당히 때가 되면 사회 질서에 순응하며 잘 살아가기 마련이다.
일진이라며 패거리 지어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있다. 으슥한 곳에서 다른 아이들을 붙들어 세워놓고 금품을 갈취하거나 말을 듣지 않으면 구타도 일삼는다. 학교에서는 걸핏하면 교사에게 대들기 일쑤다. 마음에 안 드는 녀석에겐 왕따를 시켜 깊은 상처를 안기기도 한다.
이 책의 인물들도 이와 비슷한 행동을 하며 한 시대를 살아낸다. 끓는 피를 주체하지 못해 한때 세상을 빗나갔던 것이다. 물론 지금은 건강하고 바른 생활인으로 살아간다. 일진이랍시고 으쓱거리는 아이나 왕따로 속상해 하는 아이나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저자의 메시지다. 설겅설겅하겠지만 세월이 가면 등장인물들의 미래처럼 올바른 사회인으로 열심히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사춘기시절은 성장기에 누구나 다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 중 하나다. 이 시기엔 마치 다 커버린 것처럼 거들먹거리기 일쑤고, 부모나 타인의 간섭을 자신에 대한 도전이라 여겨 이유 없는 반항을 일삼으며 간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친다. 이 소설의 인물들도 딱 그 시기에 맞닥뜨려 오만가지 말썽과 사건과 해프닝을 쏟아낸다.
사춘기시절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길목에 들어선 피 끓는 청춘들, 성인들은 [땡크노미]를 통해 자신의 사춘기를 떠올릴 수 있는 시간도 될 터이고, 사춘기의 터널에서 방황하고 있는 청소년들은 이 시기를 잘 극복하는 길을 탐색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사춘기는 피할 게 아니라 즐기라고 말하는 저자다. 사춘기는 꽃피는 찬란한 봄이라는 것이다.
저자 김영태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현재 중견 기업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학창시절 ‘일진’이면서도 문예반에서 활동한 덕분에, 지금은 수필 문학 단체인‘테마수필’을 이끌어가며 수필가로 왕성한 활동과 수필 창작에 몰두한다.
수필집으로 『작은 거인』이 있다.
김영태 저
면수 304쪽 | ISBN 97889-93506-93-8 | 03810 | 싸이즈 신국판
| 값 12,000원 | 2013년 10월 21일 출간| 문학|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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