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보도자료★★

자비출판을 하는 어느 자비출판사 출판인의 고백

7154 2014. 3. 21. 00:46

 

 

 

 

어느 자비출판사 출판인의 고백

_해드림출판사 이승훈

 

 

 

 

 

 

 

사람들은 내 직업을 ‘출판인’이라고 한다.

법학을 전공한 내가 우연히 수필가가 되고, 출판인이 되어 수년 동안 책 만드는 일을 해왔다.

책을 만들다 보니 다양한 저자를 만난다. 대부분 나보다 더 훌륭한 성정을 지닌 저자들이다. 하지만 나는 저자들보다 이들이 들고 온 원고 내용과 만나는 일이 즐겁다. 저마다의 삶 속에서 부대끼고 웃고 눈물 흘리며 일구어 낸 원고를 만나는 일이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

 

 

나는 ‘자비출판사’를 운영한다. 한마디로 저자가 출판비용을 투자하여 책을 출간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나는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자비출판사가 비록 돈은 못 벌어도 다양한 사회적 스펙을 지닌 저자와 아주 많이 인연을 맺을 수 있으며, 이들과 공유하는 꿈을 통해 함께 호흡하고, 오랫동안 인연을 잘 가꾸어 갈 수 있으니 이만한 삶의 큰 자산도 없다는 것을.

 

 

산다는 게 무엇인가.

돈과 명예와 부를 얻는 것도 중요하거니와 나보다 더 훌륭한 이들을 다양하게 만나는 일도 그럴 듯 폼 나게 살아가는 일 아닌가. 내가 못해서 그렇지, 내가 잘하면 나에게 얼마나 잘할 우리 저자들인가. 쓸데없는 자존심, 빈자소인의 열등의식이 때로는 저자들과의 관계를 소원하게 한 부분도 있다. 인연은 내 하기 나름이다.

 

 

고백하건데 나는 지금껏 ‘자비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적잖은 열등의식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 열등의식의 기저에는 돈의 권위도 존재하였다.

한 달 전만 해도 나는 자비출판, 특히 우리가 처음으로 기획하여 시행하는 임대출판을 올해까지만 하려고 마음먹었다. 내년부터는 어떻게든 상품성 있는 원고를 사서, 즉 출판비를 내가 투자하여 책을 만들고 인세를 통해 갑의 지위를 확보하여 출판사로서의 권위를 다져갈 계획이었다. 다시 말하면 지금껏 나는 저자가 어떤 사람이든 오직 베스트셀러만 꿈꾸었던 것이다. 베스트셀러가 아니더라도 ‘셀러의 힘’ 에만 집중하였다.

 

 

하지만, 저자를 만나는 일에도 베스트셀러 효과보다 더 큰 효과가 있을 거라는 사실을 오늘에야 깨닫는다. 그래서 책이 덜 팔리는 저자일지라도 더 ‘좋은 저자’를 만나기 위해 자비출판이나 임대출판을 당당히 병행하기로 마음을 바꾼다.

돈이 아닌 사람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님 같은 저자를 만나고, 부처님 같은 저자를, 공자님 같은 저자를 만나는 데, 베스트셀러의 꿈보다 더 큰 꿈과 희망을 두기로 한다.

 

내가 누군가를 찾아나서는 것이 아니라, 이 좋은 이들이 나를 찾아오는 데에야 얼마나 행복한 일이냐.

‘베스트셀러’는 나에게 부와 명예와 권위를 가져다주겠지만, ‘저자’들은 훌륭한 인품의 나를 만들어 줄 것이다. 저자들을 통해 나를 단련시키고 혁신시키고 개선시키며, 그들에게 배우고 깨닫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중단하였던 잡지도 다시 발간하여, 그 안에서 저자와 그 저작물이 독자와의 만날 수 있게 해준다면 그 역시 나의 나눔이 될 것이다.

 

이 밤, 문득 이 지혜를 내려주신 그분께 감사한다.

 

2014년 0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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