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근육이 단단한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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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현 수필들을 읽다 보면, 생각의 근육이 참 단단하다는 것을 금세 느끼게 된다. 수필집 제목으로 뽑은 ‘사색의 고요 너머’는 이번 수필집 4부의 제목이기도 한데, 고성현 수필 세계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제목과는 달리, 사유의 장이 끝없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수필가로서는 삶의 연륜이 젊은 편이지만, 사물을 쫓아가는 시선이 깊고 고요하며 고즈넉하다.
자연의 정취를 고스란히 호흡하며 살았을 순천 상사면이라는 고향에서, 고성현 수필가의 감성은 어릴 때부터 충만하게 채워져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고성현 수필의 큰 힘이 되었음도 느낀다. 풍부하면서도 절제된 감성이 고성현 수필의 서정을 빛나게 하고, 오랫동안 이어온 열정적인 향학의 밑절미가 이지적인 색채의 수필로 나타나 있기도 하다.
수필은 중년 이후의 글이며 여유 있는 사람들의 글이라고 생각했다는 저자는, 나이가 불혹을 넘어섰어도 여유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하지만 수필에서는 정반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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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에 마음을 소독하는 심정으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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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필집 ‘사색의 고요 너머’를 펴내며 쓴 저자의 간결한 머릿글이 인상적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글을 쓰지만 신변잡기 이야기는 지양하려고 했다. 그러나 수필은 어쩔 수 없이 자기 고백의 글이다. 겸연쩍지만 개인적 삶과 역사를 이야기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조심스럽게 때로는 과감하게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과거와 유년의 강렬한 경험들을 이야기하지만, 마냥 어둡지 않다고 믿는다. 햇볕에 마음을 소독하는 심정으로 글을 썼기 때문이다. 바람이 자신을 지나가도록 맡긴다는 마음으로 쓴 기록들도 제법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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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서 학업을 병행했다. 덕분에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교육학을 9년 동안 전공한 바람에 상담심리와 교육철학을 오래 접했다. 하는 일도 그쪽이다. 그런 연유로 심리와 철학에 대한 언급이 제법 될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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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어느새 십 년이 넘었다. 그동안 쓴 글이 꽤 된다. 여러 편을 추려 어떤 글들은 그대로 두었고, 어떤 글들은 다듬었다. 관점은 글을 쓴 시점에 그대로 두었다. 처음 엮는 책이니 너그럽게 보아주시기를 바라지만, 부족한 문장과 짜임은 감출 도리가 없다.
다행인 것은 글을 쓰기 전인 십여 년 전보다 삶이 훨씬 나아졌다는 것이다. 글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내 삶이 더 단단해졌다. 앞으로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글을 엮기 위해 과거를 돌아보니 현재를 온전히 즐겁게 살아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나름 수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