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 숩은 예쁜 낱말

5매수필

7154 2007. 10. 8. 04:01
 

5매 수필에 관하여

          임병식/수필가




최근에 들어서는 장르파괴가 이루어지면서 수필의 길이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이 등장하고 있다. 장편 수필에서부터 단수필까지 다양성을 보이고 있다. 하기는 한 줄 시도 있는 마당에 놀라운 변화도 아닌 것이다. 이 중에는 5매 수필도 그 범주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글이 짧아진다고 해서 수필특성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주제는 반드시 살아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필자의 단수필을 통해 주제를 검토해 보기로 한다.

<예문>

사마귀


약수터에 올라 조롱박에 물을 받아먹고 나머지 물을 버리는데 사마귀가 보였다. 느닷없는 물세례를 받고 놀랐는지 놈은 고개를 요리 저리 흔들고 날개를 펄럭였다. 그것을 보고 내가 바짝 다가서니 놈은 그 긴 앞발을 들어올려 경계 자세부터 취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아무려면 내가 제 깐 놈 하나를 당하지 못할까 보냐.'하는 생각에 스스로 생각해도 우습고 가소로운 마음이 드는 것이었다.

이때 문득 고사 하나가 머리를 스쳤다. 어느 날 제나라 장공(莊公)이 사냥을 나갔는데 길 한복판에 이놈이 유난히도 큰 앞발을 쳐들고 굴러오는 수레바퀴를 막아서는 것을 보고 마부에게, 

"저게 무슨 벌레냐?"하니

"예, 사마귀라는 벌레인데 자기 분수를 모르고 튼튼한 발 하나를 믿고 저러고 있습니다."하자

"참으로 용감한지고. 만약에 사람이 저와 같으면 천하에 무서운 용사가 됐을 것이다."라고 했다는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는 고사.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놈은 허풍쟁이임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용감해서 맞섰다가 보다는 무서워서 경계 자세를 취한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이놈이 취한 자세를 눈여겨보니 여간 웃기는 놈이 아니다. 마치 ET같이 생긴 머리는 좌우로 회전이 가능하고 몸에 비해 턱없이 큰 앞다리는 근력이 여간 탄탄해 보이지 않는데, 거기다가 톱니까지 나있다. 그것으로 상대방을 한번 움켜쥐면 절대로 빠져나가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45도로 치켜선 자세도 여간 상대에게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제멋대로 생겨먹은 것 같은 몸의 구조는 실은 대단히 활용도가 높아 보인다. 만약에 로봇을 만드는 공학도가 본다면 기능은 이미 수천 년 동안 살아오는 동안 검증해 보인 셈이니 좋은 아이디어가 될 것 같다. 로봇은 어차피 추구하는 게 모양이 아니라 기능과 효율성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놈에게서 오늘 새삼스레 교만한 자의 허세를 다시 본다. (필자 졸작)

<해설>

단문의 5매 수필이라도 그 형식이 수필이라면 주제가 담겨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이 작품의 제목은 사마귀지만 주제는 '교만'이다. 사마귀가 앞발의 힘을 믿고 위협을 부리는 걸 보고 흔히 호가호위하는 세태를 풍자하여 써 본 글이다. 이렇듯 수필은 그 길이의 장단 여하를 불문하고 의미가 담겨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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