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포스팅

남미이민, 남미에서 부는 바람 「내 인생 파라과이」

7154 2010. 5. 2. 10:11

남미이민, 남미에서 부는 바람 「내 인생 파라과이」



파라과이 교민 명세범씨의 이민 에세이집 「내 인생 파라과이」가 요즘 남미 교민사회에서 서서히 바람을 일으키는 모양이다. 「내 인생 파라과이」는 이미 여러 번 남미 교민사회의 언론을 통해 소개 되었던 바, 다시 얼마 전에는 상파울로의 교민신문사 중 가장 큰 곳인 ‘좋은 아침’에서 저자와 책을 취재하였는데 첫 기사가 나온 이후 교민들의 공감 지수가 높아져 연재를 하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내 인생 파라과이」를 소개 한다.



1. 한국을 심다


 

17세 때 파라과이로 건너가 그곳에서 뿌리를 내린 명세범씨가 30여 년 동안 겪고 얻은 남미 문화와 이민사회 모습, 이민 성공을 위한 처세와 철학, 오랫동안 밖에서 바라본 조국과 그에 대한 애증 등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그려낸 에세이집 「내 인생 파라과이」를 국내 해드림출판사에서 펴냈다.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야 도착하는 멀고먼 땅 남미 파라과이, 그는 그곳에서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를 시작으로 이십대와 삼십대를 보내며 척박한 이민 환경을 극복하고 자리 잡은 불혹 중반의 이민 1.5세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저자는 성공한 이민자이며, 「내 인생 파라과이」 곳곳에는 그가 성공할 수밖에 없는 특유의 근성이 배어 있다.


2. 파라과이에서 부는 한국 열풍


현재 지구 반대편의 파라과이에서는 ‘한국을 배우자.’는 열풍이 일어나, 이민 1.5세인 저자에게는 격세지감이 느껴질 것이다. 한국말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해 수업 정원을 몇 배 늘려도 빈자리가 없을 정도이며, 학생들은 ‘동방신기’ 등 한국 젊은 가수들의 노래를 즐겨 듣는단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가요와 전통 음식 등 다양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등장해 현지인과 교민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이 가난 탈출의 모범 사례로 인식된 데다 한류 바람이 더해지면서 부쩍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숱한 역경에도 선진국 직전의 역량을 갖추고 세계 속에서 문화 열풍까지 주도하는 한국에 대해 경제적으로 다소 열악한 파라과이 사람들이 호감을 느끼게 된 데는, 무엇보다 꼼꼼하고 근면 성실한 한국교민에게 받은 영향이 더욱 클 것이다. 따라서 이번 명세범씨의 「내 인생 파라과이」를 읽어보면 그 열풍이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일이 아님을 알 수도 있다.


3. 체념의 미학에서 내린 뿌리


선진국으로 이민하여 풍요로운 삶을 구가하는 사람들은 적잖다. 당연히 역경도 따르겠지만 선진국은 그만큼 이민자에게 기회의 땅이 되기 때문이다. 선진국과는 달리 저자가 파라과이로 이민한 당시만 해도 사정은 지금보다 훨씬 열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한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역량이 지구 건너편까지 미칠 형편도 아니었다. 파라과이에서 이미자로서의 삶이 빛나 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저자가 책에서도 밝혔듯이 초창기만 하더라도 파라과이로 이민을 온 이유가 이곳을 통해 선진국으로 이민을 가고자 한,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역이민을 택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정착을 하지 못해 떠난 사람들이 부지기수였으니 그런 분위기 아래서는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기조차 어려웠음 직하다. 하지만 이민의 지혜와 체념의 미학을 먼저 터득한 저자는 파라과이 정착을 숙명처럼 받아들여 이민의 첫 단추를 장사와 함께 시작하면서 끝내 일어선 사례다.


4. 조국의 역할 기대


명세범씨의 ‘내 인생 파라과이’는 대부분 남미생활에서 얻은 소재를 바탕으로 쓴 국내 최초 파라과이 에세이집이다. 단순히 그곳에서 수십 년 체득한 이민 생활의 애환을 그리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낯설고 힘겨운 땅에서 삶을 성공적으로 일으켜 세운 처세와 지혜와 근면과 자기관리와 같은 저자 나름의 색깔 있는 철학을 담은 책이기도 하다.

또한 지적 욕구가 강하면서 상당한 독서가인 저자는,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남미와 이민사회와 조국을 바라보며 이들의 느슨한 처신에 대해서 비판하기도 한다. 여기서 언급되는 이민 사회의 환경적 폐단과 자아 비판적인 성찰은 더욱 성숙한 교민사회를 위해서 교민 모두 한 번쯤 경청해야 할 사안이요, 이제는 이민 2세를 위한 조국의 교육정책을 비롯해 남미 교포의 여러 절박한 처지를 헤아리고 보호해야 할 대한민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기도 하는 것이다.

저자가 쓴 ‘남미에서 서울 가기’라는 글을 보면 남미의 이민자들이 조국 여행 한 번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 애환이 잘 드러나 있으며, 이런 환경이 어렵사리 조국을 찾아도 아늑함보다는 낯설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풍요롭게 터 잡아 살아가는 이민사회일지라도 조국과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들의 정체성은 항상 흔들릴 것이며 이는 분명히 국력 낭비이다. 저자는 바라건대, 이제는 대한민국 정부나 언론이 선진국 교민뿐만 아니라 파라과이와 같은 지구 건너편의 외진 교민들에게도 수시로 관심을 두고 챙겨주며 이민자들이 조국을 위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역시 좀 더 확대 개발해주기를 원한다.


5. 마음먹으면 쉽게 이민할 수 있는 시대


저자는 조국에서 보낸 세월보다 파라과이에서 보낸 세월이 더 익숙하다. 따라서 ‘내 인

생 파라과이’는 30년 농축된 삶이 오롯이 녹아 있어 그 체험에서 나온 남미 이야기들이 사뭇 진지하다.

독자들은 저자의 삶을 통해 이민과 재외동포의 애환을 다시 한 번 짚어볼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또 다른 가치도 얻을 것이요, 거리상으로 멀게만 느껴지던 남미를 더욱 가까이 인식함으로써 세계적인 시야도 더 넓히게 되리라고 본다. 또한 읽을수록 그곳 이민사회를 깊이 이해하게 되어 그들에게 국가적 관심이 얼마나 절실한 문제인지, 조국과 국내의 우리가 그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한 번쯤 헤아리게 된다. 조국의 어두운 그림자들을 보며 마음 아파하는 그들은 분명히 한국인이며, 조국은 멀리 떨어진 이들을 더욱 보듬어야 한다는 생각도 아울러 이 책에서 얻을 줄 안다.

저자는 이번 책을 내면서‘인간사의 희로애락과 흥망성쇠가 이민 생활 속에 농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애증이 있고, 그 애증이 변하여 밉고도 서러운 정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세상은 이제 변했습니다. 지구촌이라는 개념이 생길 정도로 세상이 좁아진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는 사는 곳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 무엇을 하느냐,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느냐가 중요할지 모릅니다. 이제 안정된 이민생활을 하고 숱한 경험을 얻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나의 이민 이야기가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끝없이 이민사회에서 한국인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을 쓰고 싶은 욕심이 책을 만들게 했습니다.’라며 출간의 소회를 밝혔다.


<서지정보>


명세범 저

면수 312쪽 | ISBN  978-89-93506-16-7  03810

| 값10,000원 | 2009년 11월 20일 출간| 문학| 수필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