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늦여름 즈음 이었을까요. 점심을 먹은 후 산책이나 할까 하고 사무실 옆 운동장을 찾았습니다. 운동장을 돌다가 운동장 한 켠의 만발한 국화 앞에서 잠시 쪼그려 앉았습니다. 거기에는 그늘도 있어서 저는 꽃을 바라보며 묵주기도를 하였지요.
여전히 그 힘든 나날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내 손에서는 묵주가 떠나질 않았습니다.
가슴이 막혀 기도를 할 수 없을 때 묵주기도는 내 모든 마음을 하느님께 전해주었습니다.
산책에서 돌아와 우연히 임 편집장이 찍어 준 사진을 보는데, 영락없이 눈을 지그시 감고 꽃향기를 맡으시는 수녀님(?) 형상이 보였습니다. 물론 보기 나름이고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요.
그런데 사실 수녀님 형상이 보인 돌은 바로 이 부처님상입니다. 이 부처님 상 두 개가 나란히 서 있는 곳에 국화꽃 화단이 있습니다. 나는 이 부처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자세겠군요. 이 사진부터는 위 늦여름의 사진과는 달리 엊그제 찍은 것입니다. 이미 차가운 겨울바람이 찾아온.
두 돌부처 표정이 참으로 인자하고 온화하면서 가느다란 미소를 띠고 있습니다.
이렇게 나란히 서 있는 것이고, 늦여름 제가 이 돌부처 뒤에 쪼그려 앉아 꽃을 바라보며 묵주기도를 했던 것입니다.
이곳은 참 따스한 곳인 모양입니다. 일조량이 많은 양지바른 곳일까요. 이미 겨울 초입이라 할 수 있는데 진달래 한 송이가 피었습니다.
돌부처와 국화꽃 화단이 있는 바로 옆이지요.
진달래 뿐인가요, 그 옆 운동장 담벼락에는 이렇게 개나리도 피어 있습니다.
사실 진달래나 개나리는 한 겨울에도 가지를 꺾어 방안처럼 따뜻한 곳 물병에 꽂아두면 꽃이 핍니다.
돌부처, 수녀님 형상, 겨울 날의 진달래와 개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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