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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과 [에세이], //수필//과 //에세이//는 다르다

7154 2012. 9. 7. 15:12

[수필][에세이], //수필////에세이//는 다르다

_이승훈/수필가

 

 

 

1. 현재 수필의 개념

 

 

국어사전 상 의미로 수필(隨筆)과 에세이(essay)는 같은 말이다. 다시 말하면 수필을 영어로 에세이라고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필을 에세이와 미셀러니(miscellany, 경수필)로 나누는데, 에세이는 어느 정도 지적(知的객관적· 사회적· 논리적 성격을 지니는 소평론 따위가 그것이며, 미셀러니는 감성적· 주관적· 개인적· 정서적 특성을 가지는 글로써, 좁은 의미의 수필을 말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수필문단은 미셀러니(miscellany)가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나는 이런 분류에 반대한다.

 

 

 

2. 수필과 에세이의 구별

 

 

먼저 범위 내지 영역을 따져본다면 산문에세이수필이다.

산문은 장산문(長散文)과 단산문(短散文)으로 나누며 장산문은 소설/동화/비평 등이요, 단산문은 수필/칼럼/소평론/기행문/일기/수기/서간/감상문/수상문 등등이다. 따라서 영어의 에세이(essay)수필이 아니라 단산문이다.

에세이는 분량의 묵시적인 제한이나 허구가 수필보다 자유롭다. 따라서 에세이는 수필을 포함한 개념이며, 에세이 가운데서 문학성(예술성)이 구현된 글이 수필이다. 수필은 애초 문학성 구현을 목적으로 쓴 글이어야 한다. 창작(예술 작품을 독창적으로 지어냄. 또는 그 예술 작품)인 수필은 이처럼 출발부터가 다르다.

 

문학은 예술이요, 수필은 창작이다. 문학은 언어를 매개로 한 미적 창조와 미적 표현 행위이다. 이는 언어를 통해 이루어지므로 수필 안에서 언어의 조탁(彫琢)이 필요한 것이다. 여기서 수필의 미적 가치의 가늠은 논외로 한다.

일정한 형식 없이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이라 해도, 이런 목적과 구현 없이 쓴 글은 에세이일 수는 있으나 수필은 아니다.

어떤 사물에 대한 풍자나 비판, 유머, 위트, 기지가 들어 있다 하더라도 이런 목적과 구현 없이 쓴 글은 수필은 아니다. 따라서 이런 목적과 구현 없이 쓴 일기· 서간· 수기 감상문· 기행문 등은 물론이요, 삶의 단상 참회 성찰 처세 수상록 같은 글도 문학성이 없다면 에세이일 수는 있으나 수필일 수는 없다.

창작인 수필은 언어를 통해 예술성이 구현된 에세이이다. 굳이 영어로 표현하자면 수필은 일반 essay가 아니라 a literary essay이다.

 

 

 

3. 미셀러니(miscellany)의 잘못

 

 

국어사전에서 수필은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 보통 경수필과 중수필로 나뉘는데, 작가의 개성이나 인간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유머, 위트, 기지가 들어 있다.’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서두에서처럼 수필을 에세이와 미셀러니(miscellany)로 나누어 미셀러니가 경수필(輕隨筆)과 같은 말이며 일반적으로 수필이라 함은 이 경수필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우선 영어사전에서 미셀러니(miscellany)를 찾아보면, ‘여러 종류의 모음, 갖가지를 모아 놓은 것(잡기)’이라 하여 문학 선집(a literary miscellany) 같은 예를 들거나(네이버 국어사전), ‘1 잡다한 것, 문집, 잡록 2 논문, ’(다음국어사전)을 의미한다고 되어 있다. 이처럼 영어의 미셀러니 의미는 우리가 쓰는 수필과 무관하다.

한편 국어사전(네이버/다음)에서 미셀러니(miscellany)를 찾아보면 이는 경수필(輕隨筆)과 같은 의미라 해놓고, 경수필은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을 소재로 가볍게 쓴 수필. 감성적주관적개인적정서적 특성을 지니는 신변잡기이다.’라고 설명한다. 비록 [문학] 분류표를 달아두었으나 국어사전이 말하기를 수필은 신변잡기라는 것이다. 네미, 참말로 거시기 하다.

 

국어사전의 이 신변잡기 정의가 참으로 창피한 일이다. 우리 수필 쓰는 사람들은 지금껏 무엇을 하였을까. 허긴 동수필(童隨筆)이라는 개념조차 사전에는 올라 있지 않다.

국어사전에서 소설은 산문체의 문학양식’, 시는 문학의 한 장르’, 동화는 동심(童心)을 바탕으로 지은 문예 작품이라고 하여 문학임을 분명히 한다.

 

 

 

4. 성찰

 

 

국어사전의 신변잡기라는 지칭은 분명히 바로 잡아야 하고, 이를 바로 잡고자 수필인들은 노력을 해야 한다. 문학에서 잡기란 없다. 수필은 창작이지 잡기가 아니다. 물론 수필가들이 수필로 쓴 글이 모두 위의 수필이라는 말은 아니다. 이처럼 정의하는 수필이 다소 억지스러울지 모르지만 현재로써는 수필의 범위를 좁혀야 수필이 숨을 쉰다.

등단 10년 차인 나는 에세이스트다. 수필가는 아직 못 된다는 말이다.

꽃도 피는 과정이 있는 법이다. 꽃샘추위를 겪어야 꽃은 제 향이 난다. 예술의 완성은 열매가 아니라 꽃이다. 열매를 맺기보다는 향기로운 꽃을 피우고자 나는 수필을 목적한다.

 

에세이는 누구나 붓 가는 대로 쓸 수 있으나 수필은 쉽게 창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수필이라고 글을 한 편 썼다면, 문학성의 가늠을 스스로 판단해 볼 일이다. 자신이 쓴 글이 수필이기를 바란다면 문학적 또는 예술적 장치를 해야 한다. 단언하건대 언어의 미적 수단과 미적 도구를 챙기는 일조차 하루아침에는 힘들 것이다.

단지, 독자는 문학성 있는 글하고만 친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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