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문득문득

[강북스타일]의 내 아버지는 ‘CD기’

7154 2012. 10. 2. 00:16

 

[강북스타일]의 내 아버지는 ‘CD

_노래 아빠는 cd를 들으며

 

 

어머니를 준 남자

아버지,

당신은

저희 호흡입니다

 

밤늦게 술 냄새를

풍기며 들어와

새벽녘

또 술 냄새를 풍기며

흐느적흐느적

일터로 떠나던 당신

시디(cd)기에서

필요할 때마다 돈을 빼내듯

저희는 그렇게 당신의 등골을

빼냈습니다

 

텅 빈 시디기를 채우고자

오장육부를 술로 달래기도 하던,

암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헛기침으로

저희를 지켜내던 당신

언제나 당신은

내 인생의 주연이었습니다

 

아버지, 당신의

널따란 등이 그립습니다

든든한 어깨가 그립습니다

당산 소나무 같았던 아버지

당신이 그립습니다

 

당신은

살아서나 죽어서나

저희 호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