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그 진솔한 이야기

힐링에세이란 무엇인가?

7154 2013. 8. 18. 23:57

 


‘수필의 치유성’ 혹은 ‘수필은 치유문학이다’

                                          _이승훈(해드림출판사 대표․수필가)
 
 
 
'수필은 치유(힐링)문학이다'라는 명제를 하나 내놓습니다.
[수필의 치유성이란, ‘수필을 읽고 씀’에 따라 상처 난 영혼과 정신이 치유되는 것]이라고 우선 가볍게 정의해 봅니다.
 
근래 ‘힐링 혹은 치유’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힐링에세이’라는 말도 인터넷상에서 널리 떠돌아다니고, 일부 수필가들은 자신의 수필을 힐링에세이 범주에 넣기도 합니다.
수필가인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은, 힐링에세이로서의 수필입니다.
현재는 ‘힐링에세이’라는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힐링에세이와 수필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도 정의되지 않았습니다.
‘에세이’와 ‘수필’이라는 개념을 구분해서 사용하는 저로서는, 힐링에세이의 ‘에세이’는 수필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산문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힐링에세이 안에는 마땅히 수필이 들어갑니다.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으로 수필을 아무데다 들이대면 수필의 격을 떨어트릴 뿐만 아니라 수필이라는 문학 장르를 애매모호하게 할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먼저 힐링에세이의 개념이 깔끔하게 정립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생각해 볼 것은 ‘치유’라는 개념입니다.
수필에 치유 기능이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인정합니다. 독서뿐만이 아니라 글쓰기 자체가 치유 기능을 한다고 보면, 수필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수필을 쓰는 것도 인간의 내면적인 무엇인가를 치유한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혹독한 세파에 시달려온 어느 수필가가, ‘만일 내가 수필을 쓰지 않았다면 이 어려운 시련을 버텨오지 못하였을 것이다.’라고 했을 때, 그는 수필을 씀으로써 상처 난 내면을 치유하며 살아왔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그렇다면 여기의 '치유' 구성요소는 무엇일까요?
우선 여기서 말하는 치유는, 육적 물적인 것이 아니라 당연히 영적, 정신적인 것을 의미하겠지요. 형이하학적 개념이 아닌 형이상학적 개념입니다.
치유는 상처를 전제로 합니다.
하지만 상처는 누군가 혹 무엇인가에 대해 공격을 당해 덧나 있는 것만이 아니라,
스스로 생긴 상처도 있을 것입니다. 또 삶의 환경에서 생긴 상처도 많겠지요. 적극적인 상처뿐만이 아니라 소극적인 상처도 있겠습니다.
 
따라서 치유의 전제가 되는 상처의 형태를 먼저 알아봐야 할 것입니다. 또 ‘치유’에는 ‘예방’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어쩌면 수필의 치유성은 예방적 기능이 더 중요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극심한 고통을 수반하는 상처의 치유보다는, 소극적 상처를 치유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수필의 치유 기능이겠지요. 수필의 치유 기능도, 독서로서의 치유 기능과 수필 쓰기에서 일어나는 치유 기능으로 나누어야 할 것입니다.
수필이 치유 기능을 발휘하려면 수필에 어떤 약발이 있어야 하는가가 연구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어찌 보면 수필은 약발 자체를 타고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치유는 그 전제가 사물이 아니라 ‘인간’일 것입니다. 다양한 수필 소재 가운데 그래서 특히 신변적 소재가 수필의 치유성에 적합할지 모르겠습니다.
 
 
수필 독서 치유는 수필의 어떤 통로를 통해 일어날까요?
수필이 독자에게 치유적인 효과가 일어나려면 독자와 ‘함께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야 하겠는데, 그 공감하는 부분은 바로 신변적 소재와 친하지 싶습니다.
예컨대 수필가의 체험에서 나를 바라보는 것이지요.
그래서 수필의 신변적 소재, 길지도 짧지도 않은 수필의 분량 등 이런 것들이 수필의 치유적 기능 요소가 될 거 같습니다.
 
 
아주 피상적으로만 간단히 ‘수필의 치유성 혹은 수필은 치유문학이다’라는 명제를 두서없이 짚어보았는데요, 누군가는 수필의 발전을 위해 ‘수필의 치유성’을 널리 연구하고 논의하였으면 좋겠습니다.

 

 
* 이 글은 특별한 연구 없이 생각난 대로 적어본 것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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