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그 진솔한 이야기

‘자비출판’ 저자가 알아두면 좋을 내용

7154 2014. 5. 23. 22:42

‘자비출판’ 저자가 알아두면 좋을 내용, 저자가 출판사가 서로 협력자라는 인식이 중요

_CEO출판(지기경영출판. 구 임대출판) 입장에서 살펴보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네요. 그래도 좋습니다. 겨울이 아니어서.

 

단순화시켜 표지 시안을 다시 잡아봤습니다.

서로 생각과 보는 눈이 다르기 때문에 표시 시안을 판단하는 데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좋든 싫든 저자가 원하는 대로 해서 얼른 끝내버리면 좋겠지만, 그것은 직무유기 같은 느낌이 듭니다. K 선생님이 보내준 시안은 K 선생님 마음에는 들지 몰라도 우리가 보는 바는 좀 달라서요. 우리는 표지가 인쇄되어 나왔을 때의 효과까지 내다보며 판단합니다.

 

전번에 K 선생님이 우리 표지를 들어가며 K 선생님 책과 맞는 것 그리고 맞지 않는 것을 분류해 보내주었는데, 책은 서로 내용도, 느낌도 다르기 때문에 표지를 그리 분류하는 데는 상당히 문제가 있지요. 왜냐하면 소설이나 에세이집 이미지와 수험서 혹은 전공서적 이미지와의 느낌은 서로 다르니까요.

 

우리 표지들 가운데 좀 어색한 느낌이 나는 표지들이 보일 겁니다. 이런 표지는 대부분 표지 디자이너가 창의적으로 작업한 표지에 저자가 이거 넣자, 저거 빼자, 이 색으로 하자, 저 색으로 하자, 하는 바람에 이도저도 아닌 어색한 느낌이 나게 된 표지라고 보면 됩니다.

 

저자 의견이나 시각이 충분히 옳다면 따르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지만, 만일 큰 차이가 안 난다면 그리고 실무자 입장에서 디자이너가 작업한 것이 좀 더 예쁘게 인쇄되어 나오겠다는 판단이 서면 우리는 작업자인 디자이너의 창의성을 존중해주고, 그쪽으로 진행되어 나가기를 원합니다.

 

전번에 일산에서도 느꼈겠지만 북디자이너들은 어떤 고정된 틀을 가지고 ‘꼭 이대로 해주세요.’ 하는 것을 상당히 싫어하는 편입니다. 그것은 일반 물건 제작이 아닌 ‘책’이기 때문입니다. 책 제작은 예술과 문화 그리고 지성이 깃든 작업이라서 단순히 주문자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 주는 물건 제작과는 다릅니다. 출판사와 북디자이너(북편집자)의 자존심 문제도 있고요. 저자 입장에서야 ‘아니, 우리가 해달라고 하면 그대로 해주면 되지 무슨 말이 많아? 싫으면 안 하면 되지?’ 할지 모르지만, 저자가 출판비를 제공한다고 해서 무엇이든 기계적으로 해주는 데가 아닌 곳이 출판계입니다. 창의성이 존중되어야 좋은 책이 나오지요.

중요한 것은 책 만드는 사람들의 견해와 시각을 충분히 받아들여주어야 합니다. 지나치게 자기 시각대로만 나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저자 눈이 정확하고, 주변 사람들 의견을 다 모아도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며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판단을 넘어설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또 책이 나온 이후 출판사에서 충분히 애정을 갖고 관리해 갈 수 있도록 서로 파이팅해서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도 중요하고요.

표지는 출판사 얼굴입니다. 저자보다 출판사가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이 표지입니다. 저자가 원하는 대로 해서 저자 마음에 든 표지라 해도, 출판사 마음에 안 들면 출판사도 내내 스트레스 받습니다. 책이 나오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계속해서 여러 관리를 해가자면(CEO출판에서), 출판사가 책에 대해 충분한 애정을 가지고 있어야 하겠지요. 하지만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출판사의 전문가적인 견해와 경험이 무시된 채, 저자가 마음대로 개입하여 나온 책이라면 아무래도 출판사의 의욕이 다르지 싶습니다.

 

지금 당장 아쉬운 부분이 느껴지더라도 그것은 그 순간뿐입니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달리 보이는 것이 표지 디자인이지요. 무언가 아쉽게 느껴지더라도 순발력 있게 착착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은 것에 얽매여 큰 것을 놓치는 경우가 생기면 안 되지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CEO출판 관계처럼 앞으로 수년 동안 함께할지 모를 관계라면 더욱 작은 것에 힘과 마음을 빼앗기면 안 됩니다.

의욕을 앞세운 저자가 지나치게 개입을 하면, 북디자이너가 지극히 수동적인 자세가 되고, 또 주눅이 들어 작업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무언가를 통과해야 하는 거 같은 중압감에 시달리고, 그러다 보면 작업은 작업대도 더디고 디자인은 디자인대로 엉망이 됩니다.

100% 그러는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적어도 오랜 제 경험으로 보면 북디자이너가 처음 잡은 시안이 제일 낫습니다. 표지가 무조건 내용을 암시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런 고정관념 때문에 표지 디자인을 자꾸 본문 내용에 맞추려고 하고, 그러다 보면 끝내 우스꽝스러운 표지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입은 옷이 우리 속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저자가 의견을 제시하여 더 좋은 방향으로 잡히면 정말 좋은 일이지만, 그렇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면 그야말로 모두 진이 빠지는 작업이 되고 맙니다.

책 만들며 진을 뺀 나머지 정작 홍보하고 판매해야 할 시점에서 지쳐 있으면 정말 큰일이지요. 책이 나오면 더 힘을 내 열심히 홍보하고 관리해야 하는데 말이지요. 그러니 넘어갈 것은 과감하게 넘어가고 큰 그림을 그리며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단 1쇄에 그칠 책이라면 다르지만 2쇄, 3쇄 계속 나가는 책이라면 1쇄 때 아쉬운 부분은 인쇄를 거듭할 때마다 수정하고 보완해 가면 됩니다. 그러다 끝내는 가장 완성도 높은 책이 되는 것이지요.

베스트셀러가 어디 표지 디자인으로 결정되던가요? 베스트셀러 표지 디자인들이 어디 최고로 멋스럽던가요? 표지가 아무리 촌스러워도 많이 팔리는 책이 되면 표지 또한 있어 보이게 됩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뒤져가며 고르는 시대는 아닙니다. 인터넷 문명시대답게 이미 인터넷으로 책 정보를 입수한 다음, 인터넷을 통해 구매하고 서점에는 그저 겸사겸사 가는 길에 구매하지요. 언제든지 즉시 스마트폰으로 책을 주문하는 시대입니다.

 

CEO출판(임대출판)에서는 서로 이해만 따지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신뢰를 쌓아가며 오래도록 함께 갈 파트너십을 원합니다. 설혹 1년에서 관계가 끝난다하더라도, 1년 내내 보관비와 배본비를 들여가면서 저자 책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출판사로서는 너무 많은 것입니다. 저자가 투자한 출판비 가운데 출판사에 할당되는 몫이 얼마나 되겠어요? 투자하고 꿈꾸듯이 미래를 보고 가는 것이지요.

 

출간 작업을 하다보면 출판비를 댄다는 이유로 마치 상하 고객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저자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런 느낌을 받을 때 상당히 화도 나고 자존심도 상하고 그렇습니다. 날것의 원고를 ‘책’으로 엮어 준다는 가치, 거기다 그 책을 전국 서점에 유통시켜준다는 가치만 해도 과소평가 될 수 없이 큰 것입니다. 저자가 출판비를 댄다고는 하지만 출판사에서는 그 이상의 노고와 신경을 쏟는 것이지요. 저자가 해당 원고를 쓰기 위해 여러 밤을 새며 노력하였겠지만, 출판사도 수년 동안 안정된 출판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얼마나 피땀을 흘렸게요.

 

앞으로도 충분히 신뢰를 쌓고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더욱 좋은 파트너 관계로 발전시켜 가야 하기 때문에 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서로 불편하면 스트레스 쌓이고 힘들어서 안 됩니다. 무언가 불편하게 느껴지면 털어버리도록 노력해서 파트너십을 돈독하게 쌓아가야 또 나중에 어떤 일을 하게 될 때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출판사는 저자보다 더 예민해질 수 있습니다. 저자는 출판사 한 사람 상대하지만, 출판사는 여러 저자의 여러 내용을 대하다 보면 늘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혹 일하다가 다소 예민하다 싶으면 그 부분을 좀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함께 열심히 노력해서 꼭 좋은 결과 이루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