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무지개다리 건너뜸에서 보내는 편지

7154 2013. 9. 21. 16:50

 

 

 

무지개다리 건너뜸에서 보내는 편지
 
 
 
 
안녕하세요, 저는 반려견 [꼬실이]라고 합니다.
추석 연휴 잘 보내셨는지요.
이번 연휴는 좀 길었지요? 그런데요, 이상하게 명절에는 빈자리가 왜 더 커보이지요? 아마 엄마랑 누나도 제가 적이 보고 싶었을 겁니다.
 
꼬실이? 꼬실이?
어디서 종종 들었던 이름 같지요?
2010년 즈음 저는 열여덟 살 나이로 ‘무지개다리’를 건너왔고요, 아름다운 이곳에서 잘 지내고 있답니다. 지천이 꽃밭이지요 뭐.
 
 
문득 이곳이 생각나서 들렀습니다.
여기에도 제 이야기가 한동안 올라왔거든요.
제 사연이 너무 슬프다며 외면한 분도 있었지만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는, 세상사‘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 하잖아요. 지금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족도 언젠가는 헤어지게 되겠지요. 속세의 영원한 이별, 그것은 슬픔이나 불행이 아닌 서로 빛나는 축복이었으면 합니다.
 
 
[꼬실이]는 제 책 제목이기도 해요. 엄마가 구구절절 쓴 제 이야기를 출판사 아저씨가 책으로 만들었는데,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았답니다. 독자들은 또 저와 엄마와 물결이 누나를 감사하게도 오랫동안 기억해주셨고요.
생명이 꺼져가는 저를 한 치 흐트러짐 없이 돌봐 준 엄마를 [꼬실이]를 통해 보면서 많이 우셨어요.
엄마랑 누나는 제가 떠난 이후 새로 입양한 동생 ‘강실’이랑 잘 지내고 있어서 참 다행이랍니다. 제가 떠나고 오랫동안 힘들어 했거든요.
참, 우리 엄마 김은미 씨는 수필가이고, 우리 물결 누나는 화가랍니다.
뭔가 그림이 나오지요?
엄마가 좋은 글 쓰고, 누나가 멋진 그림을 넣으면 아름다운 책이 나올 것 같지 않아요? 출판사 아저씨가 사진 대신 누나 삽화를 넣어 기회가 된다면 다시 [꼬실이]를 만들어 보고 싶어 하세요.
우리 엄마는 수필집도 있답니다. [7080](칠공팔공)인데, 서울 토박이인 엄마가 7~80년대의 서울 삶을 소제로 삼아 쓴 책이랍니다. 가엾은 우리 엄마에게 독자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출판사 아저씨랑 저는 제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전 자주 만났던 사이랍니다. 제가 무던히 아팠을 때는 대소변조차 가리지 못하였지요. 그래서 아저씨 사무실에 놀러가서는 그만 여기저기 실례를 하였어도 아저씨는 다 이해해 주셨어요. 제가 시력을 완전히 잃은 상태에서 아저씨를 만났을 때도, 아저씨의 ‘꼬실아’ 하고 불러주는 그 착한 음성을 금방 알아들을 수 있었지요.
 
 
출판사 아저씨는 우리와 관련된 책 [기다림의 대화]를 올해 또 냈어요. 우리 마음을, 우리 아픔을, 우리 고민을 잘 헤아려줄 애니멀커뮤니케이터 김동기 아저씨의 노하우가 들어 있다네요. 정말이지 우리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드물지요. 그래도 김동기 아저씨 같은 훌륭한 분이, 말 못하는 우리 아픔을 가족에게 알려주어 눈물도 닦아주고 치유도 해줄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말 못하고 힘없는 우리 반려동물을 항상 보호하고 지켜주는 여러분이 정말 감사하답니다. 늘 건강하시고요, 우리와 관련된 글에도‘악플’은 제발 달지 말아주세요.
제 이야기에도 악플이 달리곤 해서 엔간히 속상했거든요.
 
 
2013년 추석 지나서 꼬실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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