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기억, 트라우마
몇 해 전 일이다.
집에 찾아온 손님을 배웅 해주려고 도로가로 나갔다.
그런데 인사를 마치고 정류장을 향해 가던 그들이 갑자기 짧은 비명을 지르며 돌아섰다. 화들짝 놀라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차마 말하지 못한 채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곳을 쳐다봤다. 순간 나도 단발마적인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소리가 밖으로 터져 나오지는 못하였다.
덩치도 크고 키도 컸다. 얼핏 보기에는 외지 사람 같았다. 그는 망치로 백구 머리를 서너 차례 내리쳤다. 백구는 이미 어떻게 되었던지 소리 없이 당하기만 하였다. 축 늘어진 백구를 그 옆 두 노인이 자루에 넣고 검은 비닐로 싸서 커리어에 실었다. 그는 무언가 담았음직한 자루로 망치를 들었던 손을 씩씩 닦았다. 총이 있으면 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난 그에게 다가설 용기조차 없었다. 잔혹한 그가 무서울 뿐이었다.
인적이 드물긴 했으나 사람이 걸어 다니는 보도였다. 그리고 옆에는 집들이 있었다. 너무나 태연하게 순식간 일어난 일이어서 잠깐 악몽을 꾼 것인가 싶었다.
악마가 내 영혼을 공격하는 것이었다. 잔혹한 모습을 보게함으로써, 오랫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하려는 악마의 속셈을 알아차렸다. 그 광경을 본 이후 머리가 아팠다. 그럴수록 내 영혼을 단단히 붙들었다. 백구를 죽인 그도 악마가 씌었을 것이다.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붓이 더러워질까 표현조차도 싫은, 참으로 무서운 일들이 벌어진다. 점점 악마들의 기가 세진다. 악마에게 파괴된 영혼들이 끔찍한 일을 벌인다. 인터넷상에서도 이런 영혼의 배설물이 넘쳐난다.
인간을 지배하는 악마의 영역이 넓어질수록, 우리 세상은 파탄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몸서리치는 일들을, 우리가 일일이 목격하며 산다면 우리 영혼은 금세 파괴되고 말 것이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신념, 그것이 우리 영혼을 악마로부터 지키는 일이다. 악마로부터 세상을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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