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인 큰손자 또래의 사내아이가 사타구니에 종이컵을 덮어씌우고 마치 밤송이를 끼고 걷는 것처럼 어정쩡한 자세로 엘리베이터 앞을 지나갔다. 사람이 가득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손자가 느닷없이 물었다.
“할아버지! 조금 전 그 애는 왜 고추에 컵을 달고 있어요?”
“수술을 했나 보다”
“무슨 수술을 했는데요?”
“네 또래 머슴애들이 많이 하는 포경수술을 했나 보다.”
“저도 해야 돼요?”
“안 했으면 이번 겨울방학 때 하렴, 일찍 하는 게 좋단다.”
“저는 하기 싫은데…… ”
“그래도 하는 것이 건강에 좋단다.”
“그럼 할아버지도 했어요?”
엘리베이터 안 여기저기서 킥킥거리며 웃음이 터져 나온다. 당황스럽기는 나보다 며느리가 더 했나 보다. 며느리가 검지를 손자의 입술에 댄다. 평소에도 궁금증이 많은 녀석은 제 어미의 제지에도 나를 올려다보며 대답을 재촉하는 것 같다.
마땅한 대답이 생각나지 않아 “네 작은 아빠는 했어.” 하고 애먼 사람을 끌어들였다.
“그럼 아빠는요?”
--정지암 에세이집 [허튼소리]의 ‘포경수술’ 중에서
출처 : 해드림출판사_sdt.or.kr
글쓴이 : 이승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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