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세 아들이 시를 쓰고, 93세 어머니가 그림을 그렸다
시집‘무명시인’은 올해 93세인 어머니가 그린 그림을 넣어 엮은 시집이다. 시인의 어머니는 그림을 배우지 않았다. 두어 해 전 어느 날부터 TV 화면을 통해 보이는 장면이나 당신의 기억 속 장면 등을 색연필로 그리기 시작한 것이 수백 점이 되었다. 시인의 시도 그러하지만, 노모의 그림 또한 순수하고 맑고 깨끗하다.
안소휘 시인과 윤옥란 시인은 시인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시의 힘
멀리 남쪽에 사는 동무에게서 동백이 피었다, 매화가 피었다 소식이 오면 그때야 ‘봄이구나.’ 하다가 글동무의 시를 받으면 벌떡 일어나 눈밭에 혹 봄꽃이 피었을까 산길 헤매며 온 몸으로 봄을 찾아다니던 시절로 돌아갑니다.
시의 힘이겠지요? ‘시’의 구구절절에 감히 언급은 못 하겠습니다. 다만, 책상에 앉아 막연한 그리움만 읊은 것이 아니라 삶의 길 위에서 찾아낸 조각조각이고 한 올 한 올이라는 것을 알아챘기에 경건한 노래로 귀하게 듣습니다.
꽃병 앞에 갈래머리 소녀를 그리시는 93세 어머니와 여전히 부끄럼타는 소년인 71세 아들 시인이 함께 만든, 이 시대의 귀감이 될 작은 책 한 권이 참 아름답습니다.
삭풍을 견딘 주목처럼
겨울이 더디 지나는 것 같아도 어느새 완연한 봄입니다. 삭풍도 의연하게 견디는 주목처럼, 절망의 순간에도 자신을 위로하듯 틈틈이 마음의 씨앗을 한 자 한 자 글로 옮겨 놓으며 힘든 시간을 묵묵히 견디시더니 드디어 꽃 피우듯 첫 시집을 내시게 되어 내 일보다 더 기쁨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부끄럽다 하시며 멋쩍게 웃으시는 모습이 유난히 순수해 보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쉽게 할 수는 없는 일, 어렵게 걸어온 그 길을 잘 알기에 대단하다 말씀드립니다.
바탕에 긍정과 열정이 있고, 시인이 좋아하시는 라떼 향처럼 달달한 감성이 자리한 마음 밭에 어머니가 계시고 가족이 있고 사랑하는 자신이 있어 해낼 수 있었으리라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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