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문득문득

아들 유괴의 보이스 피싱

7154 2007. 9. 19. 00:57

 

 

아들 유괴의 보이스 피싱


가까운 사람한테서 이런 체험담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한풀 꺾인 줄 알았던 보이스피싱(Voice Pishing)이 더욱 치밀하고 잔혹한 내용으로 여전히 횡횡하고 있다니 도대체 이 사회가 어찌되려나 싶다.

총기 넘치는 젊은 사람도 ‘아차’하는 순간에 걸려들기 십상인데 노모를 모시고 있는 입장에서는 적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경제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가뜩이나 심장이 약한 노모에게 느닷없이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해대면 혼절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우리들의 블로그가 나는 보이스 피싱을 예방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었으면 한다. 직간접의 체험담이나 각종 유형을 널리 소개함으로써 혹 그와 유사한 전화를 받았을 때 침착하게 대처하는 지혜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방송에서 실험 등을 통해 시청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긴 했으나 금세 사라질 보이스 피싱이 아니어서 근절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동료 문인인 장 수필가는 오늘 낮 전화 한 통화를 받았다.

󰡒���거기 oo네 맞습니까? oo이 엄마 되세요?󰡓���

󰡒���네, 맞습니다.󰡓���

󰡒���지금 oo이는 우리가 데리고 있는데 머리며 다리가 다 부러졌다. 그래서 돈이 필요하니 3천만 원을 부쳐라.󰡓���

순간 장 수필가는 ‘하늘이 노랗다.’라는 표현을 체험하였다. 아이의 이름까지 들먹였으니 의심할 여유가 거의 없었다. 상대방은 거기가 어디냐고 물어도 그건 알 필요 없다며 말을 자른 후, 돈 안 부치면 당신 아들 팍 죽여 버리겠다는 협박을 서슴치 않았다.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로 장 수필가가 우리 아이 좀 바꿔달라고 하자 그들은 아이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엄마! 나 죽을 것 같애. 나 좀 살려줘!󰡓���

순간 장 수필가는 아이의 목소리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비슷한 또래이긴 하나 장 수필가의 아이는 경상도 억양이 강한데 들려온 목소리는 서울 말투였다는 것이다. 만일 장 수필가가 공포심을 심하게 일으켰더라면 그 치밀함에 아이의 목소리를 착각했을 법도 하다. 

장 수필가는 그들에게 ‘우리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서 10만원도 줄 여력이 없다.’고 하자 그들은 쌍욕을 퍼붓고는 󰡐���자식 두고 장난하느냐. 당신 아들 이제 끝장이다.‘며 전화를 끊어버렸단다.

사실이 아닐지라도 특히 여자가 그런 전화를 받게 되면 두근거리는 가슴이 쉬 진정이 될까. 장 수필가는 얼른 아이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그러나 금세 문자 메시지가 왔다.

‘엄마, 수업 중인데 전화하면 어떻게 해요?’

장 수필가는 오늘 하루 종일 전화벨만 울리면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고 한다. 자식 일이라면 평소 생각만큼 침착할 수 없는 것이 부모의 심정이 아니겠는가. 또 그들은 부모의 이런 심정을 노릴 것이다.

그동안 나 역시 법원이라는 둥, 카드회사라는 둥의 보이스 피싱 전화를 받긴 했어도 이번 장 수필가 같은 케이스는 처음 듣는 이야기다.

태풍 ‘나리’가 애꿎은 사람들의 귀한 생명과 재산을 쓸어갔다. 이 파렴치범들이나 뿌리 채 뽑아 갔으면 좋으련만….

 

출처: 수필드림팀의 테마수필 http://www.sd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