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문득문득

내가 나에게

7154 2007. 9. 28. 02:13

내가 나에게

 

이승훈/수필가

 

 

자신을 치려니 왜이리 부끄러운 것이냐.
네가 지인들과 가고자 하는 문학의 동도(同道)는, 상대방에 대한 너의 이해를 채찍질하거나 얼굴을 붉히며 서로에게 상처 주는 일 없이 오래도록 존경하며 가야 할 여정이다. 또한 너의 욕심을 떼어내 지인의 마음을 채워주며 다소 껄끄러운 부분이 있어도 조금씩 양보하면서 지인의 문학과 삶을 진지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글 잘 쓰고 냉갈령스런 문인보다 부족하더라도 휴머니즘 넘치는 문인으로서, 힘겨워하는 글에는 위로와 격려와 조언을, 좋은 글에는 칭찬을 아끼지 마라. 단순히 글쟁이로서의 만남이 아니라 어렵고 지칠 때 마음 툭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으며, 혹여 너에게 한 말이 다른 이에게 새어나가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자신이기를 바랜다.

작가약력이 치런치런 드러쌓였다 하여 인품이나 작품이 깊을 거라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문학이 인격수양의 도량이기는 하지만 문단에는 사교적이며 사치적이요, 문학은 뒷전이면서 오직 명예만 탐하는 문인이 득세하기도 하더라는 것이다. 그저 너는 개염을 버리고 문인 속의 문인이 아닌 독자 안의 문인으로 터 잡으면 좋겠다.

문단연륜을 먼저 셈하는 가엾은 사람도 있다. 그 보다 타인의 작품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그러면서도 조심스레 네 생각을 적시할 줄 아는 문인이어야 한다. 조직에서 너는 알량한 권위를 내세워 군림하려 하거나 직책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을 낮추어 주변 문인을 먼저 챙기고 잘 나서지 않으면서도 글로 승부해야 할 것이다. 다만, 누군가 너에게 글을 잘 쓴다는 말을 하거든 절반정도 쓴다는 의미로 받고 그 절반은 가슴에 겸손으로 남겨둘 일이다.

글을 보면 성인군자요 행동은 궤란쩍어, 너에게 조그만 서운케 하는 문인은 사정없이 깎아 내리는 네가 아니더냐. 사소한 일에도 트집을 잡아 만나는 사람마다 갈붙이고 다니지 말 것이며, 감히 넘볼 수 없는 성역이라도 쌓아놓은 양 온갖 허세를 부리거나 후배의 언로를 막아 히죽거리고 흡족해하고 쾌감을 느끼는, 참으로 유치하기 이를 데 없는 문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너는 네가 쓴 글을 얼마나 자주 되돌아보는 편이냐. 네 글에 참이 넘치더냐. 네가 거짓으로 쓴 글은 자신에게 먼저 외면당하는 법이다. 종종 속이 하얀 저 빈 밥사발을 보면서 네 문학의 그릇에서는 어떤 공명이 들리는지 묵상해도 괜찮겠다.

피땀 흘려 글 한 편 써놓고 마냥 행복해하며 곤한 삶을 위안 받는 순수한 너였으면 싶다. 문학으로 사랑은 구하되 문학을 빌미로 명예나 권위를 구하려 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