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분량에 대하여
이승훈
가장 무리 없는 분량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문예지의 신인응모나 신춘문예에서 요구하는 분량은 원고 15매에서 17매 정도입니다. 처음 수필을 쓰실 때는 이 전통적 부분을 지키려 노력해야 합니다. 근래에는 분량을 줄여 5매 수필이니 7매 수필이니 하고 있지만 그것은 수필작가로서의 연륜이 어느 정도 쌓인 다음, 독자들에게 피력하고자 하는 주제를 그 분량만으로도 격조 있고 농익은 사색으로 풀어낼 수 있을 때 수필로서의 호소력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짧은 글은, 작가의 사색이 깊지 못하여 사물에 대한 관조가 적절한 시점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중단되거나, 고뇌가 없어 보이는 수박 겉핥기식 수필로 평가절하 될 우려가 있습니다.
아직 완숙에 이르지 못한 우리는 이 전통적인 수필분량을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수 천도의 열과 혼을 가하여 미색이 천년을 변치 않는 도자기를 구어 내듯, 자신이 포착한 소재를 끝까지 치열하게 물고 늘어지는 사색을 통해 한 편의 수필을 구어 내는 자세, 바로 여기에 수필가로서의 뼈저린 고뇌가 서려있다고 봅니다.
원고 7매 내외로 풀어내면 족할 사색을 15매 이상으로 늘린다는 것은 가슴과 머리를 쥐어 짜내는 일입니다. 주절이 주절이 질질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한 단락 한 문장 한 문장이 전체의 구성과 주제에 조화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이죠.
주관적 객관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물에 대한 판단을 주관적으로 풀어가되 자신의 독단을 자제하고 제3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해 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부분을 염두에 두면서 앞으로 수필을 쓸 때 원고 15매 내지 17매 분량으로 매듭짓는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원고 12매 분량을 선호합니다. 독자와 호흡이 잘 맞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원고 15매는 한글97에서 A4용지 한 장 반 정도가 될 것입니다. 한글에서 화면 상단의 <도구-원고지-원고지 보기>를 클릭하여 마우스 가운데 단추를 내리거나 우측 바를 내리면 원고분량으로 환산된 자신의 글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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