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문득문득

소주 반병 외 1편 /강정옥

7154 2008. 6. 15. 20:39

 

소주 반병 외 1편

         강정옥




소주병에 소주가 반 남았다
반 밖에 없다
마시고 나면
병은 貧병이다
없다는 것은 貧이다
누가 반이 남아 행복 하지 않느냐고
물어 온다
소주 반병처럼 웃으며
그렇게 말하면 행복하냐고
되묻는다
시간은 대책 없어도
나이를 먹여 주고, 나이는
소주병이 비어간다고 두렵게 말을 건넨다


소주병에 소주가 반 있다
마시고 나면
空병이 된다
空병은 두렵고 무서운 세상에 
무능한 내 입술 바람으로 
휘파람를 불게 한다
휘파람은 빈병을 채우고
허름하고 낡은 가슴을
흔한 희망으로 채워준다
없다는 것은 결국
휘파람 부는
空이 된다고
행복 하지는 않아도 흔한 희망을
빈병에 채워 간다고
가난한 시간
나에게 가만히 말을 건넨다.





벚꽃 지다


가자
이쯤에서
빈 쌀독 같은 여자의 시간 지천명
하늘의 뜻은 개뿔
때 마다 밥 짓는 뜻도 모르겠다
벚나무처럼
떠나고 싶어 안달 난 봄꽃
오십 년 쯤 낳아 떠나보내다 보면
하늘의 뜻을 알아
뿌리가 가벼워질까
가자
자꾸 꽃 진다
하늘의 뜻은
피고 지고
오십 년 더 살아도 도무지 모를
서슬 무뎌진 여자와
이미 꽃이 아닌 꽃
져버린 꽃들과
가벼운 척 등 부비며
빈 쌀독인 채로  꽃 지는 쪽으로
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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