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전집 ‘3파전’
10년간 180권 발간 ‘민음사 전집’ 이어 펭귄 클래식·을유 문학전집 잇단 출시
기존의 시장에서 벌어지는 경쟁이냐, 새로운 시장 확대냐. 영미권의 대표적 세계 문학 시리즈인 펭귄 클래식이 지난 달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인데 이어, 지난 주 을유문화사가 50년만에 을유 세계문학전집을 다시 내놓으면서, 고전 출판 시장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문학전집 시장은 1998년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를 첫 권으로 내놓은 뒤, 지금까지 총 180권을 출간한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이 석권한 구도였다.
이에 따라, 같은 시장을 겨냥한 경쟁이냐, 아니면 시장의 확대냐라는 안팎의 물음이 제기되고 있는데, 일단 출판계의 전체적인 의견은 ‘고전 시장의 확대’로 모아지고 있다.
◆ 세 전집의 세가지 색깔 = 민음 세계문학 전집은 1970년대 중반부터 90년대까지로 이어지는 우리 출판의 세계문학전집 공백기를 마무리하고, 현대적인 세계문학 전집 시장을 새롭게 만든 주인공. 민음 전집의 특징은 70년대까지 우리 고전 시장을 평정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라는 ‘5개국 작가풀’에서 벗어나 스페인, 이탈리아, 체코 및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제 3세계 작가까지 대상을 확대한 점이다. 또 오르한 파묵처럼 현대판 ‘정전’이 될 만하다고 판단되는 현대 작품까지도 과감하게 포함시켰다.
이에 비해 웅진 단행본그룹과 펭귄사가 손잡고 만든 펭귄 코리아의 ‘펭귄 클래식’의 특징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는 펭귄이라는 브랜드와 뛰어난 작품 목록이다. 게다가 문고본이라는 점에서 형식적인 점에서도 차별점을 두고 있다.
한편 1950년대 국내에서 처음으로 세계문학전집을 출간했던 을유문화사가 내놓는 ‘을유 세계문학전집’은 대중성보다는 문학적인 성인 독자를 겨냥해 기본에 충실한 전집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을유측 편집진들은 ‘타자와의 소통’을 내걸고, 세계 문학계에서는 고전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국내에는 소개조차 되지 않은 다른 언어권, 다른 문화권의 작가들을 적극 소개한다는 입장이다.
◆ 고전 시장의 확장과 시너지 효과 = 펭귄클래식과 을유세계문학전집은 아직 시작단계로 독자의 반응을 파악할 수 없지만, 시장 반응의 지표가 되는 서점 반응은 호의적인 상태다. 민음 세계문학 전집의 경우, 최근들어 문의와 주문이 더 많아졌는데, 두 주자가 시장에 새로 들어오면서 고전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결과로 풀이하고 있다.
결국 독자들로서는 같은 작품이라도 다른 번역, 다른 해설의 작품을 볼 수 있고, 세 출판사가 선정한 다양한 작가들을 만날 수 있게 됐는데, 을유문화사 김영준 편집장은 “새로운 주자들이 자신만의 새로운 독자들을 만들어가면서, 고전 시장이 시너지효과를 일으켜, 시장 자체가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출처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8062401032330023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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