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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만화 '와이' 2000만부 돌파의 비밀

7154 2009. 3. 6. 13:30

서점가 놀래킨 ‘화들짝 흥행술’

-학습만화 '와이' 2000만부 돌파의 비밀


<1000만부까지 6년…2000만부 달성은 1년 반으로 단축

세밀화·사진 촘촘 구성… "기본 충실해 되레 차별화"

50권 시리즈 중 '똥' 최다판매…독창적 콘텐츠 주목

출판사 예림당의 '인간경영' 전통도 대박행진 비결>


대한민국 초등학생은 367만명. 그런데 초등학생용 과학학습만화 'Why?' 시리즈(전 50권)는 2000만부가 팔렸다. 수치로만 따지면 한 집에 한 권이 아니라 초등학생들 모두가 6권씩 갖고 있다는 이야기다.


2000년대 출판계 최고의 베스트셀러 'Why?'의 실적은 경이로울 정도다. < 해리포터 > 시리즈가 1800만부, 또 다른 베스트셀러 학습만화 < 마법천자문 > 시리즈도 1300만부 팔리며 꿈의 2000만부 고지는 못 밟았다. 출판사 예림당은 이 똘똘한 시리즈 하나로 1000억원을 벌었다.


더욱 경이로운 것은 판매속도다. 'Why?'는 2001년 처음 나와 6년 만에 1000만부를 넘기더니 2000만부는 겨우 1년 반 만에 돌파했다. 한국 출판 역사상 최고 베스트셀러인 크라운출판사의 < 운전면허 학과시험문제 > 가 3000만부 팔린 것으로 추산되지만 이 문제집은 1976년 나와 30년 넘게 팔린 것이다. 이제 과학 50종으로 1부를 마친 'Why?'는 인문사회 주제로 이어지는 2부로 새로운 시작을 한다. 출판계에서는 탄력이 제대로 이어지면 수천만부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도대체 'Why?'는 왜 이렇게 빨리, 많이 팔리고 있을까? 학습만화가 인기라는 트렌드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학습만화는 너도나도 뛰어들어 경쟁이 치열해 성공 확률은 오히려 더 낮아지는 추세다. 'Why?'의 성공에는 책 자체에 들어간 기획의 힘, 그리고 그 못지않은 출판사 예림당만의 '특별한 무엇'이 있다.


성공작은 성공작에서 나온다


'Why?'는 갑자기 등장한 히트상품이었을까? 아니다. 'Why?'에겐 앞서 나온 '콘셉트 시리즈'가 있었다. 그 전작의 성공을 이어받아 나온 철저한 기획의 산물이 바로 'Why?'다. 다른 출판사들의 학습만화들이 캐릭터를 중시하는 게임식 구성과 이야기 구조로 승부할 때 예림당은 역으로 학습만화의 가장 기본으로 돌아갔다.


예림당은 20년 전인 1989년부터 학습만화 '왜?' 시리즈를 내기 시작했다. 10권짜리 과학만화 시리즈였던 '왜?'는 일반인들에겐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1998년까지 10년 가까이 장수하면서 100만부 넘게 팔린 대형 성공작이었다. 당시에도 출판계에선 이변의 주인공이었다. 70~80년대 일본 학습만화를 그대로 번역해서 팔던 시장에서 우리 현실에 맞게 자체 기획한 것이 '왜?'의 성공 비결이었다.


예림당은 '왜?'의 성공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더 큰 기획물 'Why?'를 구상했다. 그러나 'Why?'는 '왜?'에 뿌리를 두되 전작과도 확실한 차별화를 시도했다. 내용을 완전히 새롭게 기획했고, 더욱 감각적인 만화기법을 도입했다.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세밀화와 사진이었다. 'Why?' 시리즈를 기획한 예림당 백광균 이사는 "책 한 권에 많게는 사진값만 900만원이 들어갔을 정도로 시각물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보는 학습만화책에 볼거리를 충실하게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기본 같지만 실제 시장에선 이런 책이 드물다. 'Why?'를 보면 다른 학습만화책들보다 편집이 촘촘하다. 반면 다른 학습만화들은 듬성듬성 그림만 키워 편집 밀도가 낮은 편이다. 빨리 많이 펴내기 위해서 적은 콘텐츠로 여러 권을 만드는 장삿속 편집기술을 피하고 내용이 가득 들어 있어 보이는 구성을 지향했다. 싸구려처럼 보이는 것을 피하는 동시에 먼저 학부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였다. 소비자 지향의 기본적인 전략에 충실한 것이 더 큰 성공을 가져다 준 것이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미생물, 새, 공룡, 물, 로봇, 사춘기와 성…. 50종의 'Why?'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것은 무엇일까? '똥'편이다. 이 한 권만 80만부에 육박하고 있다. 어른들에겐 금기어로 여겨지지만 아이들에겐 가장 큰 관심대상인 똥에 주목해 똥을 과학의 대상으로 끌어올린 것이 폭발적 인기로 대박을 안겨준 것이다.


'똥'편의 성공은 학습만화가 우리보다 먼저 발달하고 성장한 일본과는 다른 우리 실정에 맞는 차별화된 콘텐츠가 'Why?'의 특징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바로 '토종 콘텐츠'의 중요성이다.


'Why?' 시리즈는 '똥' 말고도 다른 어린이 과학만화들이 잘 다루지 않았던 '동굴' '갯벌' 같은 차별화 소재들을 여럿 골랐다. 백 이사는 "일본 학습만화들은 다루지 않는 것이지만, 우리가 잘 다룰 수 있고 또 의미 있는 차별화라고 판단해 전략적으로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런 토종 아이템들은 은근한 저력으로 보답했다. 'Why?' 시리즈는 출간 초반 대단한 인기몰이를 하지 않았지만, 서서히 달아올라 오히려 후반부에 와서 가속도가 붙었다. 2000만부 달성 속도가 1000만부보다 몇 분의 1로 줄어든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런 토종 콘텐츠 발굴 전략은 새로 추가되는 인문·사회 시리즈들에서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과학 시리즈보다 더욱 우리만의 현실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게 기획할 작정이다. 인문·사회는 또한 과학보다 개념이 더 추상적이어서 초등학생용 책으로는 잘 다루지 않아온 분야다. 예림당 기획담당은 3년 전부터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인문사회학 'Why?' 시리즈를 제안했고, 이번에 도전에 나선다. 백 이사는 "아이들이 지식의 초입에서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기만 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림당이 다른 출판사와 다른 것은?


한 상품의 성공은 기획의 산물이 아니라 회사 전체 경영의 결과다. 예림당이란 기업에 숨어 있는 'Why?'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출판계는 대부분 회사 규모가 작아 대기업에 견주면 보수는 당연히 크게 적고 시스템과 복지도 형편없는 수준이다. 또한 이직과 전직이 다른 직종보다 훨씬 잦은 편이어서 평균 근속연수가 2~3년 정도다.


예림당은 출판계에서 다른 출판사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회사로 꼽힌다. 직원들에 대한 투자와 인심이 다른 출판사들보다 넉넉하기 때문이다. 창업자의 2세인 나성훈 현 대표가 취임한 이래 4년째 전 직원 워크숍을 해외에서 열고 있다. 직원들의 사기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직원들의 근속기간이다. 89명 가운데 18명이 근속 10년 이상이다. 최장기 근속자는 편집기획을 총괄하는 유인화 상무로 27년차다. 백 이사도 첫 직장인 예림당에서 17년째 근속 중이다. 나성훈 대표는 "직원들 덕분에 저도 먹고사는 것"이라고 짧게 말했다. 출판업에선 오로지 직원들의 능력만이 자산이란 것이 창업자 나춘호 회장의 지론이다. 예림당에선 그래서 자원하는 사람을 뽑는 1인 팀제 등의 독특한 제도들이 존재한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유명 출판사들도 사람대우는 '바닥' 수준인 곳이 대부분"이라며 "반면 예림당은 직원은 물론 거래처와의 관계 등을 중시하는 사람경영을 해온 것이 지금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주요 유명출판사들이 2세 체제로 넘어가면서 편집자들과 충돌이 잦은 것과 달리 2세 경영자가 안착한 것도 이런 분위기 덕분이다. 다른 출판사 2세들이 바로 경영자로 오는 것과 달리 나성훈 대표는 1996년 평사원으로 입사해 10년 지난 뒤 대표가 됐다. 나 사장은 "(임원들이) 저보다 책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아는 어른들이고, 제가 배울 게 많으니 문제가 있을 리 없다"고 말했다.


막강한 영업파워


예림당은 원래부터 영업이 강한 출판사로 꼽혔다. 출판사에선 일반적으로 편집기획자들이 핵심으로 꼽히지만 예림당 사람들은 "편집자들이 서운해 할 정도로 회사가 영업 쪽을 더 쳐준다"고 농반진반 말한다. 창업자 나춘호 회장은 서점을 비롯한 거래처들을 하나하나 직접 방문하며 영업에 나섰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출판사들은 대부분 총판이나 물류대행업체 등을 이용하며 거래선을 단순화하는데 예림당은 영업직원들이 직접 서점 등을 방문해 거래를 하는 비중이 높다. 비용 측면에서는 오히려 직거래가 더 불리하지만, 직거래를 통해 거래처와 지속적으로 소통을 활성화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더 좋은 성과를 내왔다. 통상 반품률이 15% 정도인 아동서 시장에서 반품률이 3% 수준에 그치는 것이 예림당의 자랑거리다.


다른 출판사들보다 해외 영업에 신경을 쓰는 것도 큰 차이다. 국제도서전에 나가 처음으로 저작권을 수출한 것이 1990년이었고, 2001년에는 아시아 지역 저작권 수출 200권을 달성했다. 한기호 소장은 "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참여한 중국 출판인들이 예림당 코너에서 살다시피 하는 모습을 보고 무척 놀랐다"고 전했다.


한국 출판은 책 출간 부수로만 보면 세계 10대 출판 대국이지만 수출은 실로 미미한 상황이다. 'Why?'는 국내 시장을 넘어 외국 시장에서도 선전해 더욱 두드러진다. 현재 중국·대만·타이·인도네시아·프랑스 등 6개국에 수출돼 외국에서만 모두 130만부 넘게 팔렸다.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수출 협의가 진행 중이다. 예림당은 해외 로열티만으로 연간 3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출처

http://media.daum.net/culture/view.html?cateid=1067&newsid=20090306084003099&p=h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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