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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界’ 창간을 축하하며_ 김우종/문학평론가

7154 2009. 3. 17. 18:26

‘수필界’ 창간을 축하하며

                                         김우종/문학평론가




 문인은 문예지를 통해서 태어나고 성장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게 된다. 그러므로 문예지는 문학과 문인의 존재를 위한 절대적 필수 조건이며 그런 문예지가 새로 또 하나 탄생한다는 것은 이 나라 문단의 새로운 변화와 발전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것이 된다.

 문예지 없는 문학이란 상상할 수 없다. 그리고 수필은 그런 사실을 너무도 뼈아프게 겪어 온 장르다.

 1970년대 초에 처음으로 월간 ‘수필문학’이 관동출판사(발행인 김승우)에서 나오기 전까지가 그랬었다. 수필가들이 있기는 했지만 활동무대는 지극히 제한적이며 그 활동 무대는 겨우 남의 집 문간방 살이 같은 것이었다.  ‘현대문학’등 문예지가 있었지만 거기에는 편집상 여유나 있어야 게재되었다.  마치 족보에도 올려줄 자격이 없었던 서자처럼 냉대 받고  수모를 겪는 신세였다. 이렇게 되니 수필가로 나설 사람도 드물게 될 수밖에 없었다.

 70년대까지 가장 우수한 수필가로서 작품과 이론을 갖추고 있었던 사람은 윤오영(尹五榮)선생이었다. 그런데 그 분은 발표 지면이 없었다. 대학교수나 국회의원 등 다른 직함으로 유명한 사람 아니면 문예지의 한 구석에 소활자로 발표되는 창피한 지면도 기회가 거의 오지 않았다. 70년대 초까지 그 분이 작은 서재의 사방탁자에서 수필 원고를 꺼내들고 내게 읽어 주던 일이 몇 차례 있었던 것은 그렇게 발표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의 구비문학(口碑文學)시대처럼 문자기록 아닌 구두 발표가 연출되었던 것이다.

 그 시대를 생각하면 문예지가 나온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문예지가 많다는 말도 일각에서 나오지만 많은 것이 문제가 아니다. 미숙한 작품을 함부로 발표하는 안이한 자세가 문제일 뿐이다.  이승훈 발행인이 수필의 문학성 제고와 유능한 신인 발굴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매우 바람직한 방향 설정이다.  

 문예지는 우리들에게 생각하는 삶을 갖게 해준다.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쓰기는 바로 우리 자신을 돌아보며 인생을 반성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가는 행위가 되게 해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글을 쓰면 더 깊고 넓고 정확하고 창의적인 사고가 가능해진다. 그래서 마치 금광을 파고들어 가듯이 깊고 넓은 곳에서 새로운 삶의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어떤 이는 잡초 한 포기를 소재로 수필을 쓰면서 잡초가 바로 자기 자신임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그리고 그는 이 수필을 써나가면서 아무리 잡초처럼 이름 없는 존재라도 모든 인간은 자기 스스로 주체적으로 이미 당당하게 자신의 존재가치를 지니는 것이란 확고한 결론에 도달한다.

 이런 것은 매우 중요한 발견이며 그는 글쓰기를 통해서 비로소 자신의 귀중하고 떳떳한 삶의 철학을 갖게 된 예를 보여 준 것이다. 문예지는 우리에게 이처럼 자기 발견의 소중한 기회를 갖게 해준다. 

 또 우리는 수필 쓰기를 통해서 ‘나’ 아닌 ‘우리’를 보고 우리의 사회와 역사를 보게 된다. 비록 아주 작고 하찮은 소재라도 그것은 세상을 내다보는 창문이다. 우리는 이런 소재를 통해서 밖을 보기 때문에 밝은 세상은 찬미하고 병든 세상은 밝은 세상이 되도록 비판적 창조적 활동을 하게 되기 때문에 문인은 이 사회에 기여하는 공인이 되고 이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리더가 된다.

 또 우리는 글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그들의 피곤한 영혼을 위로하고 때 묻은 영혼을 정화시키고 이 세상에서 사랑의 휴머니즘 정신을 전파해 나가는 메신저가 되게 해 준다.

 이런 의미에서 문예지가 이 사회에서 지니게 되는 역할은 매우 크다. 

다만 이를 통해서 등단하고 발표하는 수필가들이 이런 역할을 바로 인식하고 좋은 글쓰기를 다 하느냐가 문제다. 그러므로 문예지는 발표지를 제공해주는 것만으로 그칠 수는 없다.  문예지는 등단 신인에 대한 지도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의 문단실정으로는 반드시 그럴 수밖에 없으며 신인은 이에 따라야 한다.

 또 문예지는 우리 문학이 변화발전을 위해 가야할 이정표를 명확하게 밝히고 이를 반영해 나가며 사회적 등불이 되어야 한다. 발행인은 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실천해 나가리라 믿고  ‘수필界’가 이 나라의 대표적인 문예지로 성장해 나갈 것을 믿으며 찬사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