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의 숭고한 사랑
2009년 1월 11일
오늘은 날씨가 몹시 춥다. 그러나 일기는 화창하다.
점심 먹고 아내와 같이 한강변을 드라이브했다.
요즘 아내와의 사이는 우리 결혼 이래 최상이다.
나는 아내를 사랑하고 존경한다.
아내 없이는 지금 내가 있기 어려웠지만
현재도 살기 힘들 것 같다.
둘이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매일 매일 하느님께 같이 기도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일기 중에서
사랑하는 당신에게
같이 살면서 나의 잘못됨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늘 너그럽게 모든 것 용서하며 아껴준 것 참 고맙습니다.
이제 하나님의 뜨거운 사랑의 품안에서 편히 쉬시기를 빕니다.
너무 쓰리고 아픈 고난의 생을 잘도 참고 견딘 당신을 나는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했습니다.
이제 하나님께서 당신을 뜨거운 사랑의 품안에 편히 쉬시게 하실 것입니다. 어려움을 잘 감내하신 것을 하나님이 인정하시고 승리의 면류관을 씌워주실 줄 믿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당신의 아내 이희호
2009. 8.20
서범석 수필집, ‘황혼의 그레이스라이프’가 떠오른다.
결혼 45주년(紅玉婚式홍옥혼식)을 넘은 노부부, 나는 결혼을 안 해봤으니 부부 간 정이나 사랑 또는 희생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이기 전에 86세, 88세의 노부부, 그 미수(米壽)의 사랑을 보면 부부란 서로 어떤 의미여야 하는지 알 것 같다. ‘참으로 숭고하다.’라는 표현 외는 달리 할 말이 없다.
이희호 여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입원해 있는 동안 평소 추위를 못 견뎌하거나 체온이 잘 떨어지는 남편을 위해 장갑과 덧신을 뜨개질하여 씌워드렸다. ‘님을 위한 뜨개질’은 바로 한국적인 사랑의 징표이기도 하다. 여든 중반을 넘은 노인께서 뜨개질을 한다는 자체도 경이로울 뿐이다.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이 여든 중반이 넘도록 오롯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모습이 아닌가 한다.
47년 내내 사랑으로 충만한 부부에게는 어떤 향기가 날까. ‘하루종일 아내와 같이 집에서 지냈다. 둘이 있는 것이 기쁘다.’라는 내용의 일기도 있다. ‘한결같은 사랑’은 바로 이런 것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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