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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다, 불을 밝혀라

7154 2010. 4. 11.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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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다, 불을 밝혀라

             




어둠이 내려앉은 바다처럼 무서운 곳도 드물다.

갯고랑을 따라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마을 앞바다는 어릴 적 멱 감는 아이들을 하나 둘 잡아먹곤 하였다. 앉은 채 가라앉아 있었다는 아이를 건져 올렸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가끔 무당이 하는 씻김굿도 무서웠다. 굿을 한 자리에는 물에 빠져 죽은 아이가 밤이면 오들오들 떨며 서성대는 것 같았다.

 

밤새도록 별들이 떠다녀도, 달빛이 천지로 윤슬을 만들어도 한사리 찬물때의 바다는 사람을 잡아 삼킬 듯 혀를 날름거렸다. 이 만조(滿潮) 때의 밤바다는 멀리서 바라보아야 아름다울 뿐, 가까이 가면 두려움의 대상이다. 고향 앞바다의 개펄 방죽을 따라 비좁은 길을 걷노라면, 혀를 날름거리며 몰려든 바닷물이 현기증을 일으키며 사람을 빨아들일 듯한다.

갯고랑 사이 그물을 쳐놓고 아버지는 한사리 찬물때와 정조(停潮) 사이에서 그물을 털었다. 자그마한 배 위의 아버지는 금세 가라앉을 듯 위태로워 보였다. 물속에서 무언가 솟구쳐 올라 아버지와 배를 날름 삼킬 듯싶었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간물때가 되면 어둠을 따라 희읍스름한 갯고랑이 귀신처럼 어슬렁거렸다. 수심이 낮은 고향 앞바다지만 어둠은 바다를 그토록 무섭게 만들었다.

 

아무 일 없어도 밤바다는 고독 그 자체이다. 밤바다를 보면 고독의 실체가 보인다. 그래서 백령도 그곳에는 매일 불을 밝혀야 한다. 밤이면 그들의 영혼이 외롭고 무섭지 않도록 꽃등처럼 등부표라도 띄워야 한다. 불빛은 하늘을 향해도 좋으리라. 물 속 한 치 앞이 안 보인다는 백령도 앞바다, 가느다란 파도조차 무서울 그 바다, 밤이며 귀선(鬼船)이라도 홀로 떠다닐 듯한 그 바다, 이제 모두 떠난 이후 그 밤바다의 울음이 염려스럽다. 오들오들 떨지도 모를 젊은 영혼들을 위해 밤마다 따스한 불을 밝혀주어야 한다. 어디서든 밤이면 불빛이라도 비춰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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