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JOCKEY★★

일요일, 너무 놀라버린 광경들!

7154 2010. 4. 26. 00:50

 

자연의 그리고 인간의 경이로운 모습들 앞에서 나는 두려웠다

25일 일요일, 온수 남부역 근처 사무실에서 자그마한 카메라를 호주머니에 넣고 천왕산을 향했다. 온수 남부역 건너뜸은 항동으로 성공회대학교와 유한공고 등이 있는데 이 구로구의 항동과 광명시의 천왕동이 접해 있다.

전날 과음을 한 탓인지 몸도 마음도 번란(煩亂)하여 건너뜸의 천왕산을 오르기로 하였다. 항동은 대부분 논틀밭틀이 흩어진 전원지역인데 항동 저수지 주변이 서울수목원으로 조성 중이다. 성공회대학교 캠퍼스 뒷산을 오르면 야트막한 천왕산과 이어진다. 오류동에서 항동으로 이어진 철길을 건너면 천왕산 자락이다.

 

  수녀님들이 단체로 산책을 하시는 중이다.

 

천왕산은 도시 가운데 자리한 여느 동네 산처럼 높지 않아서 어지간한 체력이라면 단참에 오르겠으나 나의 섬약(纖弱) 한 체력으로는 몇 걸음 못가서 지정거릴 수밖에 없었다. 한심한 지천명의 체력이다.

숲은 아직 여린 풋기운의 푸른 잎사귀 사이로 군데군데 아카시아 나목이 시커멓게 채워져 있었다. 하르르 숨을 몰아쉬며 조금 오르자 나목의 숲에서 둥근 눈동자 하나가 나를 붙들었다.

나는 ‘숲의 눈’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나를 참으로 놀라게 한 나무, 처음에는 잘 이해가 안 갔다. 아카시아 나무인데 아마 수년 전 태풍에 꺾여 눕게 된 것 같았다. 그런데 누워 있는 몸통에서 하늘을 향해 가지가 뻗어 올라 마치 땅에서 자라 솟아오른 나무처럼 튼튼하게 자란 것이다. 본 몸통도 누운 채 살아 있었다.

 

 

 

 

꺾여 찢어진 밑동 부분은 새살이 돋아 뭉툭해져 있었다. 아마 처음에는 뼈들이 삐쳐 나오듯이 삐쭉삐쭉 하였을 것이다.

 

 숲은 나에게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숲의 푸른 기운이 내 몸으로 스며들 것 같다.

 

  밭은기침을 하며 천왕산을 톺아 넘어와 약수터로 내려왔다. 왜 약수터는 주로 응달진 곳에 있을까. 하늘의 양기와 땅의 음기…. 맑은 물과 맑은 생명이 어우러지는, 마치 천왕산이 인간에게 내리는 생명수 같았다.

 

 

 약수터에서 내려오는 숲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소녀가 보였다.

 

 자그마한 항동 저수지에 몰려든 낚시꾼들, 이제 갓 나온 잎사귀만큼의 붕어들이 아주 가끔 입질을 하는 것 같았는데 사람들이 이리 몰려들다니.

 

 

저수지 옆에 선 수양버들인데 몸통에서 새순이 하나 움터 나왔다. 그런데 누가 박은 못일까. 새움이 아파 보인다.

 

저수지를 지나 다시 사무실로 오는 길, 골프 연습장 철탑 위를 걸어 다니는 사람을 보았다. 몸에는 안전 줄도 없이 까마득한 높이의 철심을 타고 다녔다.


 

 

 늘 다니던 길에서 발견한 나무, 나는 왜 이제야 이 나무를 보게 되었는가. 가지를 꼬고 있는 이 나무를 어찌 설명해야 할지.

 

여체를 닮은 이 나무는 사실 유한공고 밑에서 지난 가을 찍은 것이다.



출처 http://cafe.daum.net/w1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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