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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때문에(돈 이야기)2_버럭 한 주인 앞에서 나는 꼬리 내린 거시기가 되다

7154 2013. 4. 28. 19:22

돈 때문에(돈 이야기)2_버럭 한 주인 앞에서 나는 꼬리 내린 거시기가 되다 

 

 

 

 

 

 

신간이 나왔다. 예전부터 신간이 나오면 신간 홍보 배너를 만들어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 출입구 앞에 놓아두고 싶었다. 그 건물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홍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에서 서너 걸음 떨어진 맞은편 보도를 지나다니는 대학생들과 고등학생들 그리고 전철 1호선과 7호선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것이다. 

 

 

처음으로 신간 홍보 배너를 만들었다. 회심의 미소를 띠며 건물 입구로 배너가 달린 거치대를 들고 내려가 막 거치하려는데, 점심 먹으러 나가던 건물 주인과 마주쳤다. 순간 주인은 버럭 화를 냈다. 자기 가게로 들어온 사람들에게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그 가게 늘 한적하다는 것을 안다.) 배너 거치대 하나가 무에 그리 방애가 될까. 출입구를 비켜서 세워둔 배너가 그리 건물 미관을 해치는 것도 아니요, 자기네 가게 영업을 방해하는 것도 아니다. 순간 나는 마치 무슨 죄를 짓다 들킨 사람처럼 옴쏙하게 움츠러들었다. 창피했고, 자존심 상했고, 치욕스러웠다.  

 

내가 만들어 내는 책이 그에게는 그저 그런 잡 상품 정도로 느껴지는 모양인 갑다 싶으니 더 자존심이 상했다. 건물 주인도 꽤 독서를 하는 것으로 알고, 꽤 이름 있는 대학 나와서 유학도 하고 그런 것으로 안다. 내부 사정이야 어떻든 직업도 그럴 듯하다. 자기 딴에는 인텔리라고 생각도 할 것이다. 건물을 가졌으니 무엇보다 돈도 많겠지 싶다.  

건물 주인과 나는 주종관계에 있지 않다. 정당하게 임대료 내고 들어와 생활하는 나에게 고압적인 자세로 마치 아랫사람 대하듯이 말하는 투가 무엇보다 빈정상했다.  

 

 

올 가을이면 이곳에 둥지는 튼 지 5년째이니 얼마든지 좋은 말로 그리고 상냥한 말로 할 수도 있는 처지다. 다혈질인 내가 좀 심한 대꾸를 해도 될 것을, 담대하게 대하지 못하고 위축된 데는 지지난 해인가 임대료가 몇 달 밀려 초등학생이 선생님께 불려 내려가듯이 내려가 각서를 썼던 전과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때도 그는 보증금이 있으니 여차하면 충분히 상계하고도 남음이 있음에도 무지스럽게 각서를 받았다. 빈자소인(貧者小人_가난한 사람은 굽히는 일이 많아 떳떳하게 기를 펴지 못하므로 저절로 낮은 사람이 됨.)이다.

직업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많이 배우고 못 배우고를 떠나 이제 나는 그가 좀 무식하게 느껴진다. 먼저 그에게 거치대 설치 여부를 물었어야 한다. 하지만 임차물을 사용 수익하는 범위로써 그 정도는 미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 행위를 정당화시키려는 것은 아니다. 그가 나에게 대하는 말투와 태도에 마음을 상한 것이다. 사흘이 넘었는데도 그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리고 기분이 울렁거린다.

이것도 바로 집 없는 설움이 아니겠는가.

요즘 나는 부지런히 사무실을 보러 다니는 중이다.

돈이 없으니 서러운 것이다.

배너로 홍보하려 했던 신간은, 아이러니하게도 김용진의 [돈의 지실]이었다. 돈, 그 영원한 화두를 어찌 이해할 것인가. 김용진의 [돈의 지실]을 통해 돈의 내면을 좀 더 심도 있게 들여다보자. 그러면 돈 때문에 상처 받을 일이 덜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