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별곡

엄니이야기2-5

7154 2013. 8. 2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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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이야기2-아침마다 당신께 드리는 전화가 때로는 슬프지요. 이른 아침 밭을 매다가 전화가 오면 흙 묻은 손으로 전화 받기가 귀찮으니 제발 전화 좀 하지마라 하시지만, 아침 일찍 당신 목소리를 들어야 제 하루 신간이 편한 것을요.

 

 

 

 

엄니이야기3-어머니, 세월이 그리 흘렀습니다. 당신이 팔순을 훌쩍 넘고, 제가 오십을 훌쩍 넘고서야 왜 우리 선조들이 아침저녁으로 부모님에게 문안인사를 드렸는지 알겠습니다. 어머니, 당신의 아침과 저녁이 그리 예민할 만큼 세월이 흘렀군요.

 

 

 

 

 

 

어머니에게 핸드폰 벨이 간다. 한 번 울리고, 두 번 울리고 또…. 수 번 벨이 울려도 당신은 전화 받을 기색이 없다. 요즘 조금씩 어두워져 가는 당신 귀가 더 깊어진 것 아닐까, 이러다 영영 내 목소리조차 듣지 못하면 어쩌나.(엄니4-1)

 

 

 

 

 

귀가 영영 어두워지기 전 껍질만 남은 당신 손을 잡고 ‘어머니,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살아생전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 한 번 들려드리고 싶은데…. 어머니 못난 제 입을 위해, 제 가슴을 위해 기도합니다.(엄니 4-2)

 

 

 

 

 

수화기로 들려오는 노모 목소리가 몹시 숨이 찹니다. 그리 일 좀 하지 마라 하였더니, 그새 뙤약볕에서 일을 하였나 봅니다. ‘또 일하셨어요?’라며 다그치듯 물었더니, 요즘에는 걸어 다녀도 숨이 차다 하시네요. 그만 제 숨이 턱 막힙니다.(엄니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