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별곡

엄니이야기6-10

7154 2013. 8. 2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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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당신은 가는귀가 어두워졌습니다. 무언가 제가 물어도 종종 먼산바라기로 앉아 있는 당신을 보면, 가슴이 그만 쿵 내려앉았습니다. 너무 슬펐습니다. 이별 연습을 시키는 세상의 뜻일까요. 당신 허리가 오이처럼 굽고서야 당신을 기도처럼 달고 삽니다.(엄니6)

 

 

 

당신이 읽지 못하는 130자 편지, 자식 목소리를 잃어가는 것이 안타까워 하루 몇 번씩 당신을 끄적입니다. 왜, 누가 당신의 가는귀를 거두어 가는 것일까요. 어머니, 당신께 제 목소리를 들려드리는 일이 이처럼 귀한 일인지 미처 몰랐습니다.(엄니7)

 

 

 

어머니, 이제 세상 소리가 지치시는지요. 평생 ‘앳가심’으로 살아온 저인지라, 제 목소리가 당신 귀를 닫게 하였을까요. 어머니, 귀를 좀 더 열고 계세요. 당신께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습니다. 제 이야기를 좀 더 들어주세요.(엄니8)

 

 

 

어머니, 오늘 대학노트 한 권 사서 보냅니다. 당신의 삶에 대한 지난한 흔적이 어찌 이 노트 한 권에 다 적힐 수 있겠는지요. 그래도 평소 사경하시듯이 당신 삶을 사경해 보세요. 제 출판 인생에서 가장 귀한 책 한 권 만들겠습니다.(엄니9)

 

 

 

당신은 언제나 당당하셨습니다. 젊은 날 혼자되었을 때 우릴 버리고 떠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늘 우리에게 당당하셨지요. 저는 그런 당신이 좋았습니다. 그만 삶을 포기하고 싶었을 때도 당신 존재 덕분에 제가 살았습니다, 어머니.(엄니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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