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JOCKEY★★

'책홍보'와 빨간 자전거

7154 2014. 11. 3. 03:09

 

 

 

책 홍보와 빨간 자전거

 

 

출판을 하면서 날마다 밤새워 고민하는 부분이 홍보이다. 내 머릿속은 오로지 '어떻게 하면'이라는 화두가 떠나질 않는다.

어떻게 하면 우리 해드림출판사 책을 한 권이라도 독자에 잘 알릴 수 있을까. 그러다 결국 애옥살이 살림에도 인터넷 홍보를 전담하는 직원까지 두게 되었다.

 

나는 무슨 책이든 1만 부 정도 못 팔면 마이너리그 저자요, 마이너리그 출판사라고 본다. 책 1만부 팔렸다고 해서 무슨 대단한 명예와 부가 생기는 것도 아니지만, 책 1천부 팔기도 벅찬 세상이니 나름대로 1만 부를 그리 기준 잡는다. 아무리 사회적 스펙이 좋아도 출판 시장에서는 책 판매량이 힘이기 때문이다.

 

마이너리그 출판사가, 좀 있어 보이는 홍보를 하거나 적잖은 비용이나 기획이 필요한 홍보 공간을 마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특정 다수를 상대할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이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도 인터넷 책 홍보에 매달리지만 오프라인 영역에도 여전히 갈증이 남는다.

 

인터넷에서 책 홍보를 하다 보면, 서슴없이 막말을 뱉어내는 익명의 네티즌들에게, 특히 한참이나 어린 느낌의 네티즌들에게 모욕적인 댓글을 받기도 하지만 나에겐 절박한 삶의 일상이니까, 또한 취사선택은 상대방 몫이니까 눈 질끈 감고 꾸준히 홍보글을 올리곤 한다.

책이 아무리 지성적인 아이콘이라 해도 홍보성 글인 바에야 다른 홍보성 글과 똑같이 취급당할 뿐이다. 그리고 천박한 댓글이 난무하는 싸이트에도 봉변을 무릅쓰고 들어가 홍보글을 올린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긍정적 마인드를 자극하는 것이 나에게는 중요하기 때문이다.

 

책을 인쇄할 때면 표지든 본문이든 종이 여분을 더 넣어주는 것이어서, 작업이 끝나고 나면 표지가 좀 남기 마련이다. 이 예쁜 표지를 책 홍보에 쓸 수 없을까 하며, 숙제 같은 고민을 해오던 어느 날, 페이스북 페친이 올린 사진에서 생각을 하나 얻게 되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빨간 잡지꽂이 통을 구입하고, 그것을 자전거 짐받이에 매달아 신간 책 표지를 접어 꽂아두기 시작하였다. 자전거는 사람이 많이 다니는 전철역 근처에 세워두었다. 그러자 지나가는 사람들이 책 표지를 하나 둘씩 뽑아 갔고, 일주일이면 또 새로운 표지로 채워두게 되었다. 마이너리그식 광고라고나 할까---.

 

적당한 광고 영역이 없는 우리에게 자전거로 확보되는 그 작은 공간이 고맙기도 하다. 쪽지 광고를 하거나, 사람이 많이 모일 곳에 책 표지를 쌓아두기도 하지만 자전거 이용이 그나마 간편하고 깔끔한 홍보 수단이다.

저자가 비용을 투자한 출판이라고 하여 책만 만들어주고 끝낼 일 아니어서, 단 한 권이라도 독자에게 알려주고자 몸부림을 하는 것이다. 설혹 판매 결과가 예상대로 끝날지라도, 저자를 위해 무언가 행동을 취해주는 것, 그 또한 출판인인 내가 할 일이기도 하다. 내 딴에는 그것을 프로의식으로 생각한다.

 

자전거를 세워두는 데는 홍보 목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홍보나 프로의식도 좋지만 꼭 이래야 하나 하는 자괴감이 들어 그만 두려하였다. 그런데, 그렇게라도 설치해야 하는 현실을 자전거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 책을 멀리하는 우리 독서 환경과, 마이너 출판사의 책 홍보 어려움 등 출판시장의 질곡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자 세워둔 것이다. 답답한 내 속내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털어놓은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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