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별 및 별자리 운세★★

치과이야기1

7154 2015. 1. 5. 22:23

 

치과의사 말 들어라(1)_새해 첫날 720만 원 치과에 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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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훈(해드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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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해 첫날부터 치과에서 720만 원 까먹었다. 720만 원이라는 치아 공사 견적이 나왔을 때 가슴이 덜컹하면서 그 씁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애옥살이 살림에 그야말로 허리가 휘청거렸다. 하지만 이제라도 대공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도대체 나는 올해 돈을 얼마나 벌어들이려고 새해 첫날부터 이 같은 거금을 쓸까.

720만 원의 견적을 받고서야 나는 일찍 서둘지 못하였던 지난날을 후회하였다. 나의 고집과 어리석음과 쓸모없는 희망을 후회하였다. 자꾸 흔들리는 이가 생기기 시작할 무렵인 5년 전, 치과의사 말을 들었어야 했다.

아픈 이 놔두고 엉뚱한 이를 뽑더라도, 오른쪽에다 마취하고서 왼쪽 이를 뽑더라도 치과의사 말을 일찍 듣는 게 지혜로운 것이었다. 다른 데는 다 고집 피워도 아픈 이와 아픈 잇몸 가지고 고집 부릴 일은 아니었다.

고백하자면 이런 어리석은 탓도 있지만, 사실 치과병원비는 비싸다는 인식에다 변변찮은 호주머니 사정도 아픔을 참으며 치과 내원을 내내 머뭇거리게 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빚을 내서라도 망가져 가는 잇몸은 최대한 빨리 처치하는 게 옳은 일이었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 수 있다. 그러나 이 없으니 잇몸으로 씹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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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올수록 ‘올해 가기 전에 시작해야지’하는 생각이 자꾸 들썩거렸다. 위 아래로 아프거나 흔들리는 이를 모조리 뽑고, 부분 틀니든 완전 틀니든 시작하려면 말 그대로 대공사여서 큰 결심이 필요하긴 하였으나, 이와 잇몸 상태가 최악의 경우라 더는 참거나 버틸 형편조차 아니었다. 어떻게든 연말에라도 건드려 두면 내년 봄이 오기 전까지는 지금까지의 고통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지 싶었다.

당장 문제가 되는 이는 왼쪽 아랫니 두 개였다. 두 개다 통증은 물론이요, 손으로 뽑아도 뽑힐 만큼 덜렁거리는 상태였다. 그만큼 미루고 또 미루고, 참고 또 참다가 견딜 수 없을 만큼 되었다는 이야기다. 나머지 이들도 온전한 것은 몇 개 안 되어 치과 비용이 계속 신경 쓰였다. 누구 말마따나 앞으로 몇 개를 더 뽑아야 하는지 셈하는 것보다, 멀쩡한 이가 몇 개나 되는지 세는 게 더 빠른 상태이다. 이제 오십대 중반, 내 육신의 대문이 무너진 것이다. 바람이 불면 여기저기서 삐거덕거리고, 돌쩌귀가 망가져 삐딱하게 서 있는 대문, 그것이 지금 내 잇몸과 치아 상황이다. 우선 가장 흔들리는 이들부터 차례로 뽑아가며 담당 의사와 앞으로 계획을 짜보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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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2014년 12월 26일) 아침부터 치과에 간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심란하였다. 지방 모 방송국에서 찾아온 출간 상담을 마치자마자 전에 두 번 발치를 하였던 치과에 들렀다.

저녁에는 ‘풀무문학’ 송년 모임이 있는데 발치를 하면 마스크를 쓰고 참석해야 한다. 벌써 몇 번 발치를 해 본 바로는, 오전에 발치를 해도 오후 송년 모임에는 큰 지장이 없을 만큼 상태가 가라앉아 있을 것이다. 발치를 안 해도 어차피 음식은 마음대로 먹을 수 없는 신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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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레이 사진을 본 간호사나 의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심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다. 잇몸 뼈가 녹아내려 임플란트는 엄두를 낼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은 이미 오래 전 통고 받았었다. 잇몸은 계속 녹아내리고 있었다. 이빨들이 그리 말하고 있었다.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한 이빨은 절대 아물지 않았다. 하느님께서 자연의 순리와 인간의 자유의지를 거슬러 흔들리는 이를 바로 세우시지 않는 한 잠깐 흔들리다가 만 이빨은 없었다.

다만, 지금까지 다닌 치과병원 의사들에게 실망스러웠던 것은, 발치하러 가면 엑스레이를 찍은 후 잇몸 뼈가 녹아가고 있으니 여기저기 이를 다 빼라는 말만 하고, 그리고 내가 원하는 발치만 끝내고 끝이었다는 점이다. 잇몸이 다 망가져서 그런지, 아니면 환자가 늘 밀려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환자를 불러다가 앞으로 어떤 처치를 해야 하고 임플란트든 의치든 어떻게 해야 하고, 비용은 얼마나 들 것인지 등을 자상하고 상세하게 설명해주면 계획이라도 잡을 텐데 그런 설명을 해주는 의사는 없었다. 얼른 빼지 않으면 앞으로 잇몸이 더 악화된다는 말만 해줄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말이라도 들었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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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간 치과에서는 바로 발치를 할 수 없다고 하였다. 빼려고 하는 이빨들에 고름이 있어 마취를 해도 마취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일단 치료를 하고 다음 날 오라더니, 치료라고 하기 보다는 다 흔들려 곧 뽑아낼 이들에 스케일링을 하였다.

차라리 잘되었다.

기왕 치과 공사를 시작하려고 한 이상 마음 편히 송년 모임이나 즐기고,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맡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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