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별 및 별자리 운세★★

치과 이야기(2)_엉뚱한 이를 뽑히다

7154 2015. 1. 7. 09:50

치과의사 말 들어라(2)_엉뚱한 이를 뽑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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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5년 전이었다. 임플란트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조카에게 선고 받았었다.

치위생사인 조카가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으로 나를 불렀다. 엑스레이를 찍어 본 조카는 내 잇몸은 너무 무너져 내려 이를 다 뽑고 틀니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카에게 그런 말을 들은 이후 5년을 버틴 셈이다. 설혹 임플란트가 가능하더라도 당시 형편상 엄두도 낼 수 없었다. 하지만 고통을 끌어안은 채 그럭저럭 몇 년 살다가 생을 마감할 게 아니라면 다소 경제적 무리를 해서라도 처치하였으면 좋았다.

그동안 여덟 개쯤 빠진 이와 절반은 흔들리는 이로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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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이들 중 생명이 다한, 손으로 밀면 1/3쯤 넘어지는, 바람만 불어도 훅 빠질 듯 흔들리는 이 두 개를 먼저 빼는 것을 시작으로 2014년이 다가기 전 잇몸 공사를 결심한 것이다.

덜렁거리는 아랫니 두 개 가운데 하나는 어금니 쪽, 또 하나는 대문니 왼쪽 이었다. 주사바늘이 잇몸을 푹푹 찌르고, 잠시 후 입안이 얼얼하면서 마취가 되기 시작하였다. 마취가 충분히 되었을 무렵 이를 뽑는데, 막상 그렇게 덜렁거리던 이 하나가 살을 찢고 빠져나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당연히 통증도 따랐다. 주먹이 불끈 불끈 쥐어지고 두 다리도 오그라들 뿐만 아니라 온몸을 오그라뜨렸다. 이를 잡아 빼는 의사도 다소 힘들어 하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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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를 나오면서 생각하였다.

아무리 덜렁거리는 이라도 이처럼 뽑아내는 데 힘이 들어간다면 잇몸을 치료하여 흔들리는 이가 다시 잘 박혀 있게 할 수 없을까. 별별 약을 다 만들어 내면서 흔들리는 이를 바로잡아주는 약은 왜 못 만들어 내는 것일까. 잇몸병도 다름 아닌 불치병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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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즈 뭉치를 문 채 세 시간 가량이 지났으나 한꺼번에 두 개를 뺀 탓인지 마취가 얼른 안 가셨다. 아주 기분 나쁘게 얼얼한 통증도 다른 때보다 더 오래갔다. 눈을 좀 붙이고 일어나면 괜찮을 거 같아 두 서너 시간 잠을 자고나서야 잇몸에 물린 거즈 뭉치를 빼냈다. 그런데 아래 대문니 바로 왼쪽 이에 혀가 닿는 느낌이 뭔가 이상하였다. 이가 빠졌으면 혀가 틈새로 나가야 하는데 막히는 것이다. 대신 어금니 쪽에 혀를 밀어보니 낭떠러지 같은 기분이다. 혀가 대책 없이 빠졌다. 멀쩡한 어금니 하나는 남아 있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그곳이 허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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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보고서야 이유를 알았다. 덜렁거리는 두 개를 뺀 것이 아니라 어금니 쪽에서만 나란히 두 개를 뽑아버린 것이다. 이가 빠지면서 왜 그렇게 살점이 찢어지는 느낌이 들었는지 그제야 이유를 알았다.

이가 심하게 덜렁거렸으니 의사가 아니라 초등학생이라도 어떤 이를 뽑아야 하는지 금세 알 텐데 엉뚱한 이를 빼다니---. 가뜩이나 아까운 이, 순간 기분이 몹시 나빴다. 우울이 깊어졌다. 이것도 의료과실인가. 아픈 이 빼버리고 주말 좀 편안하게 쉬려고 하였는데 엉뚱한 이를 뺐으니 또 주말 내내 통증을 안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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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대문니를 기준으로 나는 ‘왼쪽’ 이 두 개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간호사나 의사는 왼쪽을 어금니 쪽으로만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전문가 아닌가. 엑스레이를 찍고 핀셋으로 이들을 점검하여 보았으니 어느 이를 우선 뽑아야 할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두 개의 뽑을 이를 함께 확인하거나 엑스레이 사진에다 표시라도 하고서 뽑았어야 하나보다.

잇몸이 심하게 무너져 있으니 어떤 이를 뽑아도 생니로 의심할 여지가 없었을지 모른다. 어차피 우수수 빠져나가고 또 앞으로도 빠져나갈 이, 하나쯤 잘못 뽑았다 하여 누굴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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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에 마취를 하고 왼쪽 이를 뽑는 경우도 있다더니 틀린 말이 아닌 모양이다.

나쁜 기분을 없애느라 애를 먹었다. 다 치아 관리 못한 내 탓이다. 잘못 뽑혀나간 이 하나가 내 인생을 크게 흔들 것은 아니니 빨리 잊어버리도록 애썼다. 상한 기분을 오래 가두어 두면 상한 기분이 내 가슴을 더 상하게 할 것이고, 그것은 곧 아픈 이가 되어 계속 통증을 유발할 것이다. 아무리 잇몸약이며 치통 약을 먹어도 흔들리는 이는 치유되지 않았다. 이제는 아픈 이를 만들지도 말 것이요, 아픈 이를 그대로 두지도 말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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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치과는 옮겨야 할 것 같았다. 부실하기 짝이 없는 잇몸일지라도 더 세심하게 보살펴 줄 치과를 찾아야지 싶었다. 앞으로 돈이 얼마가 들 것인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과정을 거치며 처치하고 공사하는 게 합리적인지, 차선책으로는 어떤 처치와 공사가 있는지 자상하게 설명해 줄, 그래서 앞으로 틀니로 가는 생활 그리고 틀니에 적응하는 생활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잘 리드해 주는 치과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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