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편지마을’모임의 제13집 편지모음집
펴내는 글_ '편지마을에서 띄웁니다 '를 펴내며 4
서울중앙회
김지영 - 봄에 부치는 편지 12
서금복 - 사랑하는 희진 씨에게 19
윤영자 - 소꿉동무 순옥이에게 25
장은초 - 어머님 고맙습니다 33
- 내 딸이 된 아바불구에게 37
장현자 - 사랑하는 엄마께 42
정정성 - 고마운 내 딸 선영에게 48
조성악 - 금복아 53
서금복(답신) - 조성악 선배님께 59
경기, 인천지회
박경희 - 고종사촌 동서(김순애) 보아요 66
배복순 - 토닥토닥(당신께) 70
송정순 - 결혼하는 딸에게 75
엄정자 - 실무자님께 80
이경희 - 늘 입던 옷처럼 편한 갑장들에게 83
이성순 - 막내 사위에게 87
- 오라버님께 89
이연재 - 엄마 손녀지 94
경북, 경남, 전라지회
김명숙 - 나의 힘꽃아 106
- 존경하옵는 견일영 선생님께 112
김은향 - 사랑하는 엄마 118
심미성 - 골무언니에게 123
이미경 - 짱후이민에게 127
이음전 - 상화에게 132
구선녀 - 제일 예쁜 제수씨라고 말해주던 막내 아주버님께 137
반혜정 - 내 친구 바람꽃에게 141
성기복 - 막내에게 146
이계선 - 포항 호미곶 친구에게 150
황보정순 - 시집간 딸에게 158
김여화 - 편지마을 친정집에 162
박상희 - 남동생에게 167
편지마을 소개
26주년을 맞는 편지마을. 열세 번째 단행본인 ‘편지마을에서 띄웁니다’는 전국의 뜻을 같이하는 회원들이 모여 발간한 편지 모음집이다. 편지를 쓰는 일은 일상에서 멀어져 어쩌면 더욱 애틋함을 가지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긴 편지들은 그 자체로 문학이 되어 읽는 이의 가슴에도 진한 감동을 전한다. 삶의 모습은 서로 다른 것 같으면서도 닮아있다. 감동은 그 다른 것 속의 공통분모에서 찾아낼 수 있다. 편지를 쓰는 손의 세월이 다른 만큼 전하는 이야기도 서로 다르다. 그러나 글 전체에 그리움이 한결같이 흐르고 있는 것이 큰 감동을 전하는 이유일 것이다.
편지마을 초창기 책이 귀했던 시절 첫돌을 자축하며 펴낸 ‘당신이 작가라고?’를 시작으로 계간으로 ‘편지마을’ 회지를 엮으며 임원과 회원 모두가 열정적으로 힘을 보탰다. 틈틈이 마음을 가다듬고 연필로 또박또박 손편지를 쓰던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편지를 주고받으며 보낸 시간들은 너무나 소중하다. 편지를 쓰는 일은 문학 수업의 밑거름이 되어 많은 회원들이 시인으로, 수필가로, 아동문학가로 작가의 꿈을 이루었다.
이번 단행본 ‘편지마을에서 띄웁니다’에는 서른 명이 안 되는 회원의 글을 모았다. 전화 하나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 해결할 수 있는 현재에 편지는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부호가 뒤섞인 건조한 문구가 소통의 수단이 되어 편지를 사라지는 것들의 대열로 밀어 넣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진솔한 마음을 담은 편지 한 통이 바로 지금이 더없이 소중하고 그리운 시절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다.
오랜 기간 우정으로 자라난 편지마을의 마음이 독자들의 마음에도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본문 일부
아바불구야, 몸 건강히 잘 지내고 학교엔 잘 다니고 있니?
적도 근처에 있는 너희 나라 에티오피아는 사계절 내내 더운 나라이지? 이곳 한국은 무더운 여름을 지나 가을로 접어들었다. 사계절 중에도 가장 좋은 계절이 가을이란다. 하늘은 눈이 부시도록 푸르고 공기도 맑아서 온갖 맛있는 과일이 익어가는 계절이기도 하지.
아바불구야! 이곳 한국의 엄마, 아빠, 오빠들도 잘 지내고 있단다. 네가 우리 가족과 인연을 맺은 지가 어언 1년 6개월이 되어가는구나. 네가 보낸 네 번째 편지도 잘 받았고 다시 보낸 사진을 보니 그새 소녀티가 물씬 나더구나. 너를 사진으로 처음 만나던 날이 생각난다.
히잡을 머리에 쓴 예쁜 여자아이가 너였고 무슬림이라는걸 단번에 알았다. 너의 첫 모습을 보는 순간 어찌나 마음이 설레던지 넋을 놓고 너의 사진을 보고 또 보았단다. ‘데자뷰’라는 말이 떠올랐어. 분명히 처음 보는 데도 어디서 본 적이 있는 듯한 기시감 말이야. 내 어린 시절 사진을 꺼내 보니 정말 너랑 나랑 많이 닮아 있었어.
아바불구야, 너를 후원하는 현표오빠가 너무 바빠서 편지를 자주 쓰지 못하는 대신 엄마가 자주 쓸 테니까 서운해 하지는 말거라. 처음에 현표가 국제구호단체를 통해 한 어린이와 1:1 결연을 맺고 싶다고 했을 때 나는 흔쾌히 동의했다. 그러고는 에티오피아 아이를 선택하라고 조언을 했단다. 왜냐면 너희 나라가 예전에 우리나라를 도와준 적이 있거든. 1950년에 우리나라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 에티오피아에서 6,000명 가까운 병사를 파병해 주었단다. 공산주의 야욕을 봉쇄하고 세계평화수호 전쟁에 너희 나라 병사 122명의 고귀한 희생도 함께 했단다. 이제 우리가 너희 나라를 도와줘야 한다는 호혜 차원에서 선택했는데 아바불구 너를 만나게 해줄 줄이야….
아바불구야, 우리가 전생에 어떤 인연이 있기에 천애이역에 있는 네가 내 딸이 되었을까. 만난 적도 목소리 한번 들어 본 적도 없는 딸이지만 네가 이토록 살갑게 느껴지는 건 정말 모를 일이구나. 그저 너를 생각하면 마음이 짠해지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달려가 보고 싶은 마음만 굴뚝같다. 끝없는 그리움이라는 게 이런 마음인가 봐. 며칠 전에 이 엄마가 건강검진 받으면서 수면내시경을 했거든. 검사실로 들어가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 수면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제일 먼저 너의 이름을 기억해 내리라고! 열한 글자나 되는 너의 긴 이름을 떠올리면 내가 수면마취에서 완전히 깨어난 게 아닐까 싶어서였다. ‘쿠제마 아바피라 아바불구’ 너의 이름이 생각났을 때 나는 비로소 안도할 수 있었단다.
_장은초 ‘내딸 아비불구에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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