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왜 제목을 ‘악마들의 천국’이라고 했을까
체구가 자그마한 여인이, 깨알 같은 글씨가 빼곡한 노트를 들고 출판사 사무실로 찾아왔다. 잔뜩 수줍어해서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 그녀는, 엄지와 검지 쪽이 다소 오그라져 있었다. 걷는 데도 불편해 보였고, 짧은 생머리의 머리카락은 희끗거렸다.
불편한 손으로 어찌 그 두꺼운 노트를 다 채웠을까.
조금만 밀치면 마른 낙엽처럼 바스러질 듯한 그녀는, 몇 달 후 해드림출판사가 출간한 '악마들의 천국' 저자가 되었다.
둔촌역에 내린 나는 여러 종류의 빵을 한 가득 사고, 케이크와 꽃 한 송이를 더 샀다. 내 손에는 갓 출간된 [악마들의 천국] 10여 권도 들려 있었다. 전혜성 저자가 거주하는 선교회로 찾아가는 두 번째 길이지만, 아직은 그 식구들과 서먹하고 낯설다. 더구나 내 성격이 다소 낯가림을 하는 편이어서 더 그럴 것이다.
개신교회 건물에서 더부살이 하는 선교회는 네 식구가 살아간다. 나이들은 아마 사십대 이후가 될 터인데, 몸이나 정신이 온전치 못한 그들이다. 그 가운데 가장 연장자인 A씨가 제일 몸이 불편하다. 말도 어눌하고, 거동도 불편하고, 몸속도 안 좋다. 여자인 B씨는 몸이 좀 성하여 살림을 돕는 듯하였다. 야물지는 못해도 영혼은 맑아보였다.
류마티스로 자신도 구석구석 무너져 내린 전혜성 씨가 이들을 모두 돌보는 것이다.
실내로 들어서면 거실보다는 '시설'이라는 느낌이 먼저 든다. 거실 한쪽을 복층으로 만들어 위층은 선반, 아래는 매트를 깔아 침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채광이 약해 낮에도 어슬하지만 전기세 아낀다며 전등을 안 켜고, 외풍이 스멀거려도 난로 사용할 줄을 모른다. 온기 빠져나갈까 봐 창문을 안 열어서인지, 방안 공기는 눅눅하다. 그러니 몸도 불편한 이들이 여기서 어떻게 지낼까 하는 염려가 앞선다. 인근에 살며 성당 다니는 아주머니 한 분이 매일 식사 봉사를 해준단다.
우선 출간을 축하한다며 꽃을 건넸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나는 안다. 특별히 내세울 것도 없이 가난하게 만 살아온 사람들 가운데는 지나치게 부끄러워하거나 겸손해 하는 구석이 있다는 것을. 그들은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그런 처세를 불편해한다. 또 때로는 그러는 자신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
처음 방문 때와는 달리, 모두 모여 앉아 한 시간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웃기도 하였다. 아무래도 내가 일어서기 전에 케이크로 축하를 해줘야 할 거 같았다. 쑥스럽다며 한사코 마다하였으나, 어색하고 쑥스러운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내가 그리 해주고 오지 않으면 그냥 케이크만 먹고 말 게 뻔한 일이었다. 10만 독자에게 가라는 뜻으로 작은 초 열 개를 꽂았다. 불이 켜진 케이크를 들고 저자에게 먼저 끄게 한 후, 남은 촛불은 식구들이 나누어 끄도록 하였다.
저자는 스무 살 무렵부터 류마티스를 심하게 앓았다. 지금도 통증이 있어 바닥이 아닌 의자가 필요한 그녀다. [악마들의 천국]은 류마티스로 장애인이 된 저자가 20대 처녀 때부터 장애인 시설을 전전하며 겪었던 질곡을 고발하듯 토해낸 내용이다. 자신도 환자인데 장애인 시설에서 수십 년 동안 봉사와 희생하고 또한 온갖 수모를 겪으며 살아온 적나라한 흔적들이다.
[악마들의 천국]을 읽으면 안타깝고, 슬프고, 화가 나며 답답하고 우울하다. 내내 어둠이다. 하지만 책을 읽은 이후, 외곽지역 장애인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갖게 된다면 어둠이 빛을 창조하는 셈이다.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자신보다 더 못한 장애인들을 보살피며 견뎌온 그녀의 삶이 책으로 남게 되어 다행이다.
한때는 함께 지내는 장애인 식구가 적잖아서 대형교회 뿐만 아니라 개신교 신자들의 후원과 봉사가 그치지 않았으나, 지금은 식구고 재산이고 다 빼앗기고(?) 빈털터리가 되다시피 하였단다. 후원자들의 이름과 금액이 적힌 2002년 회보를 보니, 나는 예나 지금이나 참 부끄러운 삶이다.
책이 얼마나 팔릴지 모르지만, 출판사를 통해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다니 감사한 일이다. [악마들의 천국](13,000원)이 한 권 팔리면 저자에게 7,150원이 적립된다. 우연찮게도 출간 직전 박옥순 소설집 [겨울새]도 저자가 판매수익 전액을 아프리카의 어린이들 후원금으로 사용하겠다고 하였다. 해드림출판사의 CEO출판 시스템이 박옥순 소설가(로사. 대구가톨릭문인회)와 같은 생각을 지닌 저자들과 잘 맞아 떨어지는 것도 나로서는 고무적인 일이다. 물론 빛을 발하려면 독자의 힘이 필요하다.
몸 성하고 능력 있는 이들이 돈을 더 많이 벌어서, 병들거나 몸이 불편하거나 능력이 부족해 돈을 벌 수 없는 이들, 혹은 많이 벌 수 없는 이들의 호주머니를 채워주며 사는 세상이 나는 진정한 자본주의라고 생각해 온다.
사위가 금세 어두워졌다.
그녀에게 책을 전하고 나오는 길은, 선교회 식구들과 퍽 가까워져 있었다. 처음과는 달리 문밖까지 나와 배웅을 해주었다.
전혜성의 [악마들의 천국]은 서점에 직접 안 가도, 교보문고, 인터파크 등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매 하면 집에까지 택배로 보내주니 편하다.
저자의 다음 책은 [천사들의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악마의 천국] 출간을 계기로 이제는 저자의 삶도 힐링이 되었으면 한다. 영혼 깊숙이 뿌리박힌 어둠은 빠져나가고 빛으로 충만한 영혼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장애로, 병마로 오랫동안 고통의 일상을 겪는 이 땅의 모든 이에게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따사로운 햇살이 깃들기를 바라는 게 이 책의 소망이다. 비록 어두운 기록이지만 작은 빛이 되는 기록이길 이 책은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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