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리고

수필이 좋은 이유, 수필의 좋은 점, 수필 장점

7154 2016. 2. 10. 14:43

수필의 좋은 점,

수필가 이승훈(해드림출판사 대표)

 

 

‘당신의 진솔한 삶도 한 편의 아름다운 수필입니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면 ‘좋은 수필’쓰기에 대한 이야기는 널브러졌는데, 우리에게‘수필이 왜 좋은지’에 대한 글은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좋은 수필’은 수필가들이 수필을 쓰는 데 참조할 내용이겠지요. 하지만 그보다 먼저 ‘왜 수필이 좋은지’를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독자들이 왜 수필이 좋은지를 알아야 수필집도 사보고, 수필도 사랑하게 될 테니까요.

수필이 왜 좋을까요?

 

1.

대부분 우리는 진솔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소설이나 시와는 달리 수필에는 허구성, 즉 소재나 스토리를 거짓으로 꾸미는 일이 없습니다. 수필의 가장 큰 특징이지요.

어떤 이들은 창작에서 뭔가 꾸밈이 없으면 문학성 혹은 예술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합니다. 수필이 중앙 신춘문예에 들어가지 못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문학성이 없다는 것이지요.

기쁘든 슬프든, 행복하든 불행하든 우리네 인생은 예술입니다. 우리 삶은 솔직함이 매력인데, 내 인생을 멋지게 보이고자 나를 거짓으로 꾸며야 할까요? 거짓이 없으면 미학이 없을까요?

거짓이 없어 깨끗하니, 그래서 수필이 좋습니다.

가식 없이 다가오니, 우리는 수필과 더 친할 수가 있는 것이지요.

수필은 참 진솔한 친구입니다.

분재처럼 생각을 꼬지 않습니다.

빙빙 둘러 방대하게 말하지 않습니다.

 

2.

세상을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생각하면서 사는 것, 생각을 나누면서 사는 것입니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사람과 동물을 구분하기 위한 말이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수필은 사색문학입니다.

데카르트의‘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이나, 파스칼의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는 말도 수필과 잘 어울리는 말입니다.

물이 오랫동안 고여 있으면 썩게 됩니다. 물은 시냇물처럼 끊임없이 흘러야 넓은 세상을 만나게 됩니다. 생각도 늘 경쾌하게 흘러야 자신이 더 넓은 세상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또한 좋은 생각의 흐름은 정신을 맑게 합니다. 정신이 맑으면 세상 좋은 기운이 다가옵니다.

시나 소설은 유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수필은 유희라기보다 생각입니다. 수필집 독서는 수필가가 설정한 상황에서 함께 생각하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삶의 철학을 정리해 보는 시간입니다. 독자는 번잡한 일상을 벗어나 수필집 속에서 조용한 산책을 즐길 수 있습니다.

 

3.

수필이 불혹의 문학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숙성된 글, 수필의 무게감, 삶의 연륜 등을 의미합니다. 성숙된 생각, 결코 가벼울 수 없는 문학이 수필이지요. 숙성된 혹은 깊은 생각은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그런 생각을 담은 글은 내 영혼을 울리고 뼛속까지 스며들어옵니다.

 

내 주변에서 보지 못한, 내가 미처 체험하지 못한,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모습의 지혜와 교훈을 통해 자신의 삶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습니다. 이처럼 원고 15장 남짓의 글에 누군가의 인생을 변화시킬 힘이 들어 있는 게 수필입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시라 할지라도, 그것은 즐김의 대상일 뿐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없을 겁니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세상을 이해하게 하고, 인생의 등대지기 역할을 해주는 것이 수필이기도 합니다.

 

어느 중견 수필가에게 전화 한 통이 왔습니다. 자신을 스무 살 독자라고 밝힌 그녀가 말하기를, 그 중견 수필가의 수필을 읽고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깨달았다고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삶의 방식을 버리고 이제부터는 전혀 새로운 마음으로, 전혀 새롭게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답니다. 그래서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켜 준 그 수필가에게 감사 전화를 한 것이었습니다.

수필이 좋은 점, 바로 이런 것 아닐까요.

 

4.

수필은 못나고 겸손해서 좋습니다.

예술과 문학이 겸손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수필에서 겸손함이 빠지면 수필로서의 생명을 잃게 됩니다. 인생을 바라보는 겸손, 사물을 바라보는 겸손을 배울 수 있습니다. 자연 앞에서 교만하면 안 되듯이, 우리네 인생 앞에서도 겸손한 자세를 유지할 때 자신의 삶이 좀 더 성공적이고 풍요롭고 빛나게 될 것입니다.

수필에 자기 자랑을 늘어놓거나 많이 아는 척 늘어놓으면 독자는 금세 책을 덮고 맙니다. 교만이 흐르거나 수필을 치장해 놓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성숙하면서도 겸손한 문체가 되어야 수필로서의 깊은 맛을 느끼게 됩니다.

진솔한 자신의 인생 고백이기도 하는 수필은 자신의 치부조차도 들어낼 수 있는 문학입니다. 과감하게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드러낼 때 더 큰 감동이 오기도 합니다. 치부를 드러낸다고 하여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모습으로 승화될 수 있는 장이 수필이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수필은 쉽고 부담 없는 문학입니다.

수필 분량은 어쩌면 편지 분량에서 나왔는지도 모릅니다. 편지를 쓰다보면 우리는 시처럼 지나치게 짧은 내용을 쓰거나 방대한 분량의 편지를 쓰지 않습니다. 잠깐 마루턱에 걸터앉아 읽을 수 있는 편지지 한 장 반 정도의 분량, 그 분량으로 우주와 신과 인생과 자연과 세상 이치를 담아 큰 감동을 줍니다.

또한 요즘 일부 시를 보면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는 때가 있습니다. 시 해설이라고 써 둔 글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단 이해가 안 되면 감동이 줄어들 것입니다. 하지만 수필은 문학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쉽고 편하고 친근하게 읽히는 것이 좋은 점이기도 합니다.

 

수필을 왜 읽어야 하는가 묻는 것이 아니라 그냥 독서를 즐기며 깨닫고 얻고 하는 것입니다. 수필 같은 인생 이야기, 수필 같은 세상 이야기, 수필처럼 살아가는 이야기, 고단한 삶의 위로자가 되어줄 수필집들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우리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것이 수필집 독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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