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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흔적

7154 2008. 5. 31. 16:45
지은이
출판사
해드림출판사
출간일
2008.5.1
장르
시/에세이/기행 베스트셀러보기
책 속으로
김규성님(한국여성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의 자전에세이집.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화중님이 추천사를 써준 이 책은, 간호사이며 공직자로서 불우한 이웃을 위해 평생 봉사와 사랑을 실천한 저자의 눈물겨운 삶이 배어있다....
이 책은..
나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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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공복이자 백의천사의 삶의 궤적, 책으로 출간



현재 사단법인 한국여성단체협의회(회장 김화중)의 사무총장인 김규성씨가, 공직자와 간호사로서 평생 소외계층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며 걸어온 길의 궤적을 정년퇴임과 함께 책으로 엮어냈다. 비록 저자의 자전적 에세이라 해도 김규성씨가 출간한 이번 「하얀흔적」(해드림출판사)은 우리나라 공무원이나 간호사 기타 가족의 따스한 정서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독을 권하고 싶을 만큼 감동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공무원으로서, 며느리로서, 자식으로서, 아내로서, 부모로서 일인 다역을 하면서도 불우한 이웃을 위해 희생과 사랑을 아낌없이 실천한 저자의 눈물겨운 삶이 배어있어, 진정한 공복이나 백의천사란 표현을 실감케 한다.


제1부 ‘보듬이’와 제2부 ‘가족 그 따스한 둥지’로 크게 분류된 이 책에는 아동병원의 장애아동들, 버려진 아이들, 장애인 부부들, 독거노인들, 소년소녀가장들, 장애아를 둔 가족, 말기암환자나 결핵환자 등과 관련된 가슴 아픈 사연과 테레사 수녀처럼 저자가 이들을 가슴으로 보듬어가는 모습이 1부에서 소개되어 있고, 훈훈한 가족 이야기로 꾸며진 2부에서는 며느리로서 그리고 아내와 엄마로서 시어른을 모시는 애환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한국 가정의 힘과 사랑과 예의 그리고 진정한 가정교육의 가치를 되짚어볼 수가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 보건소나 자치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며 한 개인의 공직자가 소외계층을 위해 창의적으로 펼치는 수많은 복지사업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위안이 되는지를 진솔하게 보여준다. 이밖에도 각종 언론사에 발표된 미담이나 일화 그리고 그를 스쳐간 사람들이 보내온 콧등 시큰한 이야기며, 교육자였던 친정아버지가 자식에게 쏟은 교육과 사랑을 들려준다.


김규성씨는 책을 내면서 ‘…일생을 조국 광복과 국민 계몽에 바치셨던 할아버지와 그 할아버지를 모시고 섬기기에 추호의 거리낌이 없으셨던 아버지. 두 분의 정신은 청렴과 효도의 정신이었다. 아버님은 언제나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잊지 말고 챙길 것을 강조하셨고, 당신께서 강조한 봉사와 헌신은 나의 좌우명이 되었다. 서울시 여성 공무원으로 봉직한 34년 6개월의 시간 내내 아버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자 최선을 다했는가를 돌이켜보면 선뜻 자신이 서질 않는다. 지나간 시절은 언제나 회한과 아쉬움만 남는 것. 그래서 인생인가보다. 좀 더 잘할 것을….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그러나 후회의 그 시간은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다. 그래서 인생이다. 열 번, 백 번을 후회해도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직장이고 시간이다. 함께했던 시간 동안 정말 소리 없이 열심인 동료 공직자가 곳곳에 많았다. 그들의 엄숙하고 고결한 봉사정신이 나를 지켜주고 밀어주었다. 그러므로 지금도 묵묵히 공직에 헌신하는 그들이 곧 내 공직생활의 받침돌이었다. 공직생활 동안 틈틈이 기록해두었던 흔적들을 꺼내어 정리해 보니 모두가 반성과 아쉬움뿐 이다. 그렇더라도 그 시절을 소홀히 할 수 없어 이렇게 책으로 엮어 보았다….’고 피력해 그가 희생하며 걸어온 힘이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동료 공직자에게 있음을 내비쳤다.


한편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전 보건복지부장관인 김화중씨는 “김규성 간호사는 간호사가 된 날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간호의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의 간호를 감당하였다. 희생, 봉사, 사랑으로 엮어온 의로운 길은 인내하기 어려운 역경의 연속이었다. 부모로부터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면서 저려오는 가슴으로 부모가 되어주고, 사회에 소외되어 사랑을 찾는 장애아를 보듬어주면서, 아동과 장애아를 위한 복지사회가 되도록 건의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노인들을 간호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고뇌에 빠져 진정으로 노인 간호의 의미를 이해하고 이를 실천하는 간호사의 모습을 구현하기도 하였다.

‘하얀흔적’이라는 말만 들어도 의로운 간호사의 길을 걸어온 평생의 자취가 흠뻑 느껴진다. 김규성의 하얀 흔적은 매우 훌륭하여 간호사와 우리 모두에게 귀감이 된다 하겠다. 존경과 찬사를 보낸다. 그리고 평생 쌓아온 의로운 공덕으로 그 여생이 복될 것임을 믿고 축원한다. 하얀 흔적을 되짚어 쫓아가 보면 간호의 길, 공직의 길, 학업의 길, 아내와 어머니와 며느리의 길 등 수많은 길을 치열하게 성심을 다해 헤쳐 한 시대를 달려온 삶을 통해서 느끼고 배우는 바가 많을 것이다. 간호사들은 물론이고 많은 사람이 널리 읽어서 그 공덕과 복락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지은이 소개


1951년 전라북도 고창에서 출생한 저자는 고창여중고를 설립한 애국지사 김승옥 선생의 손녀이기도 하다.

한편 저자는 한양대학교에서 행정학 석사와 보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동대학원 고위정책과정을 수료한 학구파로, 한양대학교에도 출강한다. 1973년 서울특별시립 중부병원을 시작으로 강남병원, 아동병원, 성동구 보건소, 중구 보건소를 두루 거친 저자는 2008년 서울특별시립 서북병원을 마지막으로 34년 6개월 동안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특히 불우한 소외계층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공직자의 길을 걸었다.

이 결과 저자는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보건복지부장관 표창 /네 번의 서울특별시장 표창/중앙일보와 행정안전부가 공동주관한 ‘청백 봉사상’수상/자랑스런 공무원상(친절부문)과 3회의 직원제안․구민아이디어 등 6회의 구청장 표창/민원행정 수범사례 표창 등 다수를 받았으며 학위논문으로는 서울시 남자 환경미화원의 건강실태에 관한 고찰(석사)과 공공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결핵환자의 투약중단에 관한 지식관련 요인(박사)이 있다.



본문 일부

-‘ 아동병원의 천사들 󰡑� 중에서


무척 추웠던 겨울이 이젠 봄에 쫓기고 있다. 찬바람과 눈보라가 어우러진 출근길, 그 발걸음을 재촉하여 병원에 도착하는 순간 “엄마 안녕.”이라는 여타 직장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반가운 인사로 나의 업무는 시작된다.

출근을 하면서 밤사이 감기는 안 걸렸는지, 혹시 허약한 아이가 엄마 없는 시간에 사고는 없었는지 염려를 하다가, 막상 밝은 아기천사들을 대할 때 솟아오르는 환희는 이곳에서 함께 생활하지 아니하고서는 느낄 수 없는 것이다.

3년 전 이때쯤, 종합병원에서 발령장을 받고 이곳으로 왔다. 처음에는 간호사로서 너무 벅차고 감당할 수 없는 커다란 업무처럼 다가왔으나 이제 이 천사들과 정이 들어 떠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어느 날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아 이곳에 온 아기 천사들은 뇌성마비, 정신박약, 지체불구 등 신체적 정신적으로 불편함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 내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의 손과 발 그리고 몸과 마음이 되어 먹여주고, 씻겨주고, 가르쳐주고, 간호해주어야 하는

일이다. 정말 글로써 옮길 수 없는 감당키 어려운 업무지만 정작 이 아이들의 밝은 표정을 바라보노라면 엄마의 아픈 팔이 조금은 가시는 듯하다.

간호사로서 진실한 봉사를 할 수 있고 또한 마음껏 간호할 수 있는 전인간호가 필요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잘 참고, 가장 아름다운 우리 천사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쏟아 친형제자매나 자식처럼 대하고자 노력해도, 나 역시 인간이므로 가끔은 퇴근길 버스 안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며 반성할 때도 있다.

그들은 의사표현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 가끔 똑똑하지 못한 발음과 음성으로 “어마”, “어니”라고 부를 뿐이다. “그래, 엄마 언니라고 불렀니?”하면 맞는다는 듯이 환하게 웃는다. 그때마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그 어느 곳에서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행복을 느낀다. 나는 이 아기 천사들에게‘엄마, 언니, 아기’등 간단하면서도 친근감 있는 언어부터 시간이 허락하는 데까지 몇 번이든 며칠이든 되풀이하여 가르친다. 대답도 없는 천사 앞에서 읽고 가르치는 이런 시간은 나의 삶에서 가장 값지고 아름다운 순간이다. 이러한 생활이 계속됨으로써 나는 아이들과 마음과 마음이 통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떠한 어려움에 처해도 힘들지 않게 받아들였으며 아이들을 대하면서 조금도 짜증낼 수 없는 나 자신이 되어버렸다. 몸은 비록 자유롭지 못하고 불구이지만 정신만은 천사와 다름없어 그토록 사랑스러울 수 가없다.

하루는 아기천사의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말 못하는 아이가 엄마를 찾고 있는 것 같아 퇴근길 발걸음이 마냥 무겁게 느껴졌다.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가장 큰 아픔은 아이의 마지막 운명을 지켜보는 순간으로써 그 괴로움은 정녕 주체하기 힘들다. 아마 이런 아픔은 평생 내 가슴한 곳에 남아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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