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JOCKEY★★

거울 달린 우산 /생활 속 아이디어

7154 2008. 6. 22. 12:28

 

거울 달린 우산

 

 

 


6월 하순인데 벌써 장마란다. 비가 오는 날이면 주변이 소란스럽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비오는 날은 아스팔트의 도시에서 더 요란 방정이다. 도시의 빗소리는 아무래도 가시가 달려있는 듯 그 소리가 아프기도 한다. 딱 따닥 딱 딱…. 마치 프라이팬 위에서 콩을 튀기거나 튀김 기름이 타닥타닥 끓거나 회초리로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로 들린다.

물론 요즘 시골에도 부드러운 흙 대신 아스팔트가 깔린 곳이 대부분이지만 도시의 빗소리 보다는 부드럽다. 밭두렁으로 떨어지는 소리, 울타리로 떨어지는 소리, 자갈밭이나 치양으로 떨어지는 소리도 가까이 있다. 후드득 후드득 대밭으로 떨어지거나 이파리 큰 오동나무로 떨어지는 소리도 있다. 시골에서 듣는 빗소리는 리듬을 타는 것이 정겹다.

비가 내리는 일요일이다. 밀린 원고를 정리하다가 담배가 떨어져 우산을 쓰고 골목길로 나섰다. 한참 걸어가는데 갑자기 자동차 경적이 빵 터진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승용차가 한 대가 엉덩이에 바싹 붙어 따라오고 있었다.

“이런 기시키, 애 떨어지겠네!”

하지만 곧 욕지거리를 거두었다. 아마 이 운전자는 보행자인 내가 자동차 소리를 듣고 얼른 비켜주겠거니 하며 졸졸 따라왔음이 틀림없다. 경적을 울리기 미안해 알아서 비켜줄 줄 알았는데 마냥 터덜터덜 걸었으니 기다리다 못해 클랙슨을 눌렀으리라. 미안하게도 나는 뒤에서 자동차가 따라오는 줄을 몰랐다. 그렇다고 내 청력이 약한 것은 아니다. 아스팔트로 떨어지는 빗소리에 자동차 소리는 잠겨버렸을 뿐만 아니라 머리를 둘러싸고 있는 우산으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내 달팽이관을 더 크게 두들겨 뒤따라오는 자동차 소리를 못 들었던 모양이다.

오히려 운전자가 중얼거렸을 것이다.

“저 시키, 귓구멍이 막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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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안쪽에 거울 효과가 나는 기능이 붙어있다면 어떨까 싶다. 우산을 쓰고 가며 자연스럽게 뒤를 비춰보면 아니 비춰볼 필요도 없이 한 눈에 들어오는 우산 앞쪽을 바라보면 빗소리로 시끄러운 가운데서도 무엇이 다가오는지 누가 따라오는지 훤히 비칠 테니까 말이다. 특히 청력이 약한 어른들이나 무조건 앞만 보고 걷는 습성이 강한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필요하지 않을까. 더구나 음악을 들으며 걷거나 통화를 하며 걷는 사람들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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