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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또 목이 꺾이다

7154 2008. 10. 30. 11:43

▶◀수필, 또 목이 꺾이다

        이승훈



 서글픈 현실이다.

며칠 전 이미 2009년도 문예진흥기금 정기공모의 문학분야에서 수필이 제외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발표된 공식 공고문에서 사실을 확인하고 나니 여간 허탈한 게 아니다. 결코 내가 무슨 수혜를 기대해서가 아니다. 현실에서는 문학으로써의 수필이 갈수록 독자와 가까워지고 번성해 가는데 제도권에서는 여전히 홀대를 하기 때문이다.


문득 작년에 내가 썼던 칼럼 ‘수필, 더 이상 차별하지 말라’가 떠오른다. 여기서 나는 주로 중앙일간지의 신춘문예에서 수필을 제외시키는 부분에 대해 언급했었다. 수필을 차별해서는 안 되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다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공모하는 문예진흥기금 수혜자에 수필도 엄연히 포함되어 있음을 적시했지만 이제 그 최후의 보루마저 무너진 셈이다.


이번 공모에서 수필을 제외한 공식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창작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그동안 수필가 개인에게 지원하던 것을 ‘우수문예지구입배포사업’으로 추진한다니 의아할 뿐이다. 이 ‘우수문예지구입배포사업’은 이미 시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설혹 수필전문지만 따로 시행한다 하더라도 문제가 없지는 않다.


‘우수문예지구입배포사업’이라는 것은 우수문예지를 선정하여 시행기관에서 해당 문예지를 1천부나 2천부를 구입한 후 전국 도서관 등지에 배포하는 것이다. 시행기관에서 문예지를 구입하면 그 혜택은 발행인 또는 출판사에게 돌아가지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한 작가 개인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 수필전문지 발행인들은 잔뜩 기대에 부풀어있을지 모른다. 더구나 우리나라에는 우수문예지로 선정될만한 수필전문지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대부분 문예지들이 신인들을 양성하면서 그들에게 출판비 등을 일부 지원받는 현실인데 우수문예지로 선정되어 수혜를 받는다면 어지간히 흐뭇하겠다. 차라리 문예지를 통해 원고료를 지원해주든가 아니면 문학단체를 대상으로 수혜의 범위를 정해야 할 일이다.


수필이 또 한 번 목이 꺾였다. 하지만 수필을 아끼고 사랑하는 독자와 수필가가 날로 늘어가는 현실을 언제까지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런 척박한 현실 아래서도 미약하나마 우리 수필드림팀과 해드림출판사는 ‘테마수필’의 독후감 공모전을 통해 꾸준히 독자에게 접근해가며 독서와 수필 사랑의 저변을 넓힐 것이다.


2009년도 문예진흥기금 정기공모에서 수필이 제외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신인이든 중견이든 원로든 모든 수필가는 수필의 문학적 발전을 위해 다시 한 번 비장한 각오와 자성을 가져야 되지 싶다.


출처 http://www.sd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