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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출판 시장의 서글픈 현실

7154 2008. 8. 4. 20:47

출판사 직거래서점 어때요?
한겨레

» 한기호의 출판전망대
한기호의 출판전망대 /

책의 정가는 크게 세 가지 구성요소로 나뉜다. 첫 번째는 조판비·인쇄비·제책비·용지대·인세·편집자의 임금·편집디자인 비용 등과 같이 책의 생산에 필요한 경비인 직접생산비다. 두 번째는 광고·홍보·프로모션 비용과 보관·배송 등의 일반관리 등을 합한 판매관리비다. 세 번째는 유통마진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문학이나 어린이책을 펴내는 출판사 몇 군데에 요즘 신간의 경우 세 비용이 각기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물어보았다. 직접생산비는 보통 정가의 36~40%, 판매관리비는 30~33%라고 답했다. 대략 70%가 되는 셈이다. 유통마진은 40%가 일반적이지만 그 이하로 출고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를 합하면 110%다. 책을 펴내는 즉시 10%가 적자인 셈이다. 그것도 모두 팔렸을 경우에만. 하지만 업계 전체로는 신간 반품률이 30%가 넘은 지 오래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려면 적어도 지금의 두 배쯤 정가를 올리면 된다. 그러나 문학서적, 어린이책, 청소년책 등은 가격저항력이 커서 그렇게 할 수도 없다. 통계에 따르면 10년 전에 비해 평균 정가는 거의 오르지 않았다. 단지 베스트셀러의 경우 쪽수가 조금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온라인서점은 초기화면에 올려준다는 둥 여러 가지 조건을 제시하며 정가의 40~45%에 책을 공급해주기를 요구하기도 한단다. 1주일 단위의 배너광고비는 150만원(부가세 15만원 별도)인데 한 달만 걸면 660만원이 가볍게 들어간다. 일부 출판사는 베스트셀러를 겨냥한 책에 대해 한 서점 당 한 달에 1천만원이 넘는 프로모션 비용이 투입된단다. 네 군데 서점에 3개월만 비용을 투입하면 1억2천만원이나 들어가는 셈이다. 그러니 밀리언셀러가 되어도 남는 것이 없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온라인서점들은 수없이 벌어지는 이벤트 목록에 책 한 권 넣는 데 기본 30만원, ‘올해의 책’ 같은 대형 이벤트에는 수백만원의 비용을 따로 요구한다.

게다가 출판인들의 시름을 키우는 다른 요인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들어 용지값이 작년에 비해 50%나 올랐다. 기름값이 오르니 인쇄비 등 제작비 또한 들먹거린다. 영어몰입교육이라는 말이 나오고부터는 논술 분위기마저 한풀 꺾이면서 문학·교양서적의 판매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읽기’는 모든 교육의 기초라 볼 수 있는데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읽기와는 담을 쌓는 방향으로 길을 틀어버린 셈이다. 요즘은 스태그플레이션의 조짐마저 보인다고 하니 책의 판매는 급전직하로 꺾였고 여름휴가 특수는 아예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제 출판이 살려면 유통의 원칙부터 정립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판매 원칙을 지켜 달라고 온라인서점에 수없이 호소했다. 하지만 그들은 ‘정글’의 승자가 되기 위해 이런 호소를 무시하고 여전히 온갖 탈법을 저지르고 있다. 그들의 무리한 요구도 그 끝을 모를 정도로 심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출판이 살기 위한 최소한의 자구책을 스스로 세워야 할 것이다. 그것은 출판사들이 운영주체가 되는 온라인서점의 설립이 아닐까 싶다. 기술의 발달은 유통의 중간과정을 생략하게 만들고 있고, 이미 출판사들은 독자와의 직접거래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주변에 알아본 결과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온라인서점 설립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출판인들에게 하루빨리 이에 대한 중지를 모아가기를 강력하게 권한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출처: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30082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