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별곡

형(兄)2

7154 2010. 6. 9. 09:43

형(兄)2


----형의 호흡에서 풍기는 이상한 냄새가 행여 죽음의 향기는 아닌지 두렵다. 당신이 그를 꼭 안으시어 그리스도의 향기가 피어오르게 하시길, 제발 당신이여!


밖에는 봄비를 재촉하는 바람이 부는지 둔탁하게 창문이 흔들리며 쓸쓸한 병실의 밤이 깊어 간다. 어두운 병실에서 홀로 당신을 향할 때 형이 뒤척이며 나를 찾는다. 화장실 가겠다는 말이 어찌 그리 기쁘던가. 배변을 하겠다는 의지는 좋은 징조라 여겨지니 화들짝 기뻤던 것이다.

‘사랑하는 당신, 그가 작히나 아팠을까요. 또 작히 아플까요.’


암세포로 이미 뼈가 문드러져 왼발과 왼팔을 쓰지 못하는 형이다. 화장실이 지척이지만 형을 옮기는 일은 참으로 어렵고 힘들다. 더구나 의사가 왼팔에 힘을 주면 쉽게 골절 된다고 주의를 주어서 축 늘어진 그를 이동시키느라 긴장이 숨 막혔다. 가까스로 일으켜 침대에 앉혔다가 휠체어로 옮기는 일은 그나마 쉬운 일이었다. 다시 휠체어에서 좌변기로 옮길 때는 세 번의 시도 끝에 겨우 일으켜 세웠다. 걷지 못하는 그를 앉히고 나니 등줄기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가엾은 내 외눈부처, 이제 내 가슴에서도 아프지 마시라.’


내게 힘을 달라는 참속의 외침을 당신은 들으셨을까. 한 숨 돌리는 것도 잠시 뿐, 그 이후 꼬박 두 시간을 형은 좌변기에 있었다. 자신의 몸도 지탱하기 힘든 상태인데다, 배변이 안 되어 고통스러워하는 형을 발을 동동 구르며 지켜볼 뿐이다. 수 없이 성호경을 되뇌며 손끝이 아리도록 그어도 그어도 그의 고통은 그칠 줄 몰랐다. 더구나 무리해서 움직인 탓인지 형은 구토를 세 번씩이나 하였다. 시커먼 핏덩이 같은 것을 쏟아낼 때는 내 영혼이 바들바들 떨리면서 제발 사소한 것이기를 악다구니 쓰듯 바랄 뿐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해졌다. 쓰러질 듯 흔들리는 형에게 지금 안 되면 내일 다시 하자고도 해봤지만 그래도 힘을 쓰며 고집스레 버티었다. 결국 형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솟구치는 짜증을 느꼈다. 어쨌든 좌변기에서 2시간이나 버틴다는 힘이 나에게는 작은 위안이었으나, 형의 고통을 잊은 채 짜증스러워 한 내가 몹시 슬펐다. 형을 끌어안고 미안하다며 목 놓아 울고 싶었다. 나의 당신께 진심으로 고면(高免)을 구한다. 평정을 잃지 않도록 끝까지 나를 붙들어 주시길, 당신이여.


형의 뒤처리를 해준 후, 다시 침대로 옮기는 필사의 몸부림을 쳤다. 몹시 지쳐 보이는 형이 애처로워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다. 날마다 내 두 눈은 물 먹은 스펀지 같다. 형은 금방 쓰러져 잠이 들었다. 침대에서 심하게 움직인 탓인지 주사바늘이 빠져 약물이 흐르고 있었다. 마지막 생명줄을 놓아버린 듯 의지 없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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