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별곡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2)

7154 2011. 2. 2. 09:27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2)

 

 

 

 

 

 

……득달같이 달려드는 망둥이 낚시가 시들할 무렵, 형은 저수지 수문(水門) 근처로 들어가 바닥에 묻힌 굴을 발로 어루더듬어 꺼내왔다. 굴은 아버지의 또 다른 안줏거리였다.

 

 

어린 자식들을 옆에 놀린 채 목석초화(木石草花)를 벗 삼아 술잔을 기울이던 당신의 멋스러움이, 지금 생각하면 그나마 구시월 세단풍의 짧은 생애를 어루만져 달래는 것 같다. 훗날 간암을 앓아 시한부 인생이던 아버지는 단 한 번도 가족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를 아버지로서 이해하였을 때 나는 진정한 어른이 되었지 싶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아버지가 멀다. 아버지의 인생에 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에 아버지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해름에서야 물에 담가 둔 묵직한 망태기를 걷어 올렸다. 갯가에서 여름 한나절을 보낸 옷이며 머리카락에는 어머니의 지청구처럼 개펄이 덕지덕지 말라붙어 있었다. 얼굴에는 허옇게 소금기가 피었고 온몸은 비릿한 갯내를 풍겼다. 당신과 개펄에서 함께한 날들이 그렇게 금세 서산으로 사라졌으나 다시 내 안에서 여우별이 될 줄은 몰랐다.

 

 

낚시터 인근 염전의 눈부시던 백작(白灼)이 차마 꿈이었던가 싶은 옛일이지만, 무정한 도회지를 일탈하여 그리움이 들꽃처럼 피어 있는 그곳을 찾아 몇 날 며칠 자전거 여행을 떠났으면 싶은 이즘이다. (여우별)

 

 

-이승훈 에세이집 「가족별곡」(해드림출판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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