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별곡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3)

7154 2011. 2. 4. 12:24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3)

 

 

 

 

개펄 강가에는 바람이 산다. 이들은 바닷물의 짠 내와 갯것들의 구멍에서 풍기는 비릿한 냄새와 기진개 향기를 먹고 산다. 바람이 사는 개펄에는 오래전 아주 잠깐 머물렀던 아버지의 자리가 있다. 점차 사라져 가는 기진개처럼 강가의 바람도 아버지의 자리를 잊어간다. 코끝을 스치는 바람결에서 이제 아버지의 냄새는 아득해진다.

 

 

고향마을 두어 리 앞에는 갯강이 흐른다. 그 갯강에서 아버지는 잠시 실장어를 잡던 때가 있었다. 바늘 크기의 투명한 실장어는 성긴 그물대신 촘촘한 모기장 그물로 잡거나 밤이면 횃불을 들고 뜰채로 건져 올리기도 하였다. 실장어는 하나하나 마릿수를 세어 팔아서, 실 뭉치 같은 뭉텅이가 그물에 들어오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횡재하는 날이었다. 아직 겨울 색이 성한 이른 봄이었을까. 밀물이 몰려드는 늦은 밤, 아버지는 허리춤의 조롱박처럼 나를 달고 양동이와 뜰채를 챙겨 갯강으로 나갔다.

 

 

아버지가 띄운 조각배는 살짝 기우뚱거려도 엎어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갯강의 밀물은 그런 배에서 그물을 걷는 아버지를 집어삼킬 듯 혀를 날름거리며 벙벙하게 차올랐다. 아버지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휘휘한 강물의 두려움을 어찌 견뎌내셨을까. 마땅한 술적심도 없이 자식들이 허영허영 넘기는 무밥을 볼 때마다 당신의 목구멍에서는 허연 성엣발이 들솟았을지 모른다. 자신의 위중한 병보다 자식들 굶주린 배가 더 절박하였을 존재가 아비라는 이름이었던가. 누렇게 뜬 자식들 낯꼴이 부잣집 외동아들로 자랐다는 당신에게는 엔간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깊은 강물을 따라 먼지처럼 떠다닐 실장어를 잡겠다며 병색이 완연한 몸으로 어둠을 나선 참담한 심정이 아직 그곳에는 고스란하다.

 

 

 

-이승훈 에세이집 「가족별곡」(해드림출판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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