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시력 잃은 꼬실이(15)_마지막 함께한 1년

7154 2011. 2. 9. 10:30

 

 

 

 

시력 잃은 꼬실이(15)

_18년 가운데 마지막 함께한 1년

 

 

 

 

 

간밤에 꼬실이 녀석이 잠을 자지 못했다. 그냥 자지 않고 놀자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놀아 준대도 싫다 하고, 먹고 싸고 다 해놓고도 무슨 생각에선지 온 집안을 싸돌아다니기만 하는 거다.

 

 

넓지 않은 집안을 돌아다니는 것도 앞이 보이지 않는 녀석한테는 큰일이어서 시종일관 벽에 박고 의자 다리에 박고 문짝에 박고 좁디좁은 틈으로 끼어들어가 울고 기타 등등, 따라다니며 끄집어내고 돌려세우는 것도 일이었다. 내가 안아 내오면 신경질을 부리면서 다시 내려 달라고 버둥버둥해서, 신경질이 나 메치고 싶은 충동까지 들었다. 반듯하게 누워서 배 위에 올려놓고 조물딱거리는 것도 평소와는 다르게 싫단다.

 

 

이불을 덮어주면 툴툴 털어 버리고, 혹시나 하고 간식 조금 떼어 줘도 고개를 요리조리 돌려가며 피하기만 했다. 눈도 충혈되지 않았고 뱃속에서도 가스 끓는 소리는 없었다. 보기에는 아주 정상인 보통 때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데 저로서는 무언가 불편한가 보았다. 말을 하나 아니, 달리 어쩌자고 할 방법이 있나, 서너 시간을 그러고 있자니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저도 돌아다니다 멈칫하면 벌벌 떨며 서 있거나 앉아 있는 폼이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끝내 안아 들고 침대로 들어가 뉘었다. 잠깐 누워 있는 듯하다가 어느새 일어나서 아장아장, 내려오겠다고 꼬옹꽁 울어대니까 도저히 안 되겠다. 겨우 10시인데 나도 이불 쓰고 누웠다. 팔베개해주고 토닥토닥 한참을 엉덩짝 두들겨주었더니 비로소 턱 자리를 고르면서 진득하게 누웠다. 어두운 귀에 들리거나 말거나 자장가를 조용조용 흥얼거리면서, 턱 아래 난 녀석 수염이 팔에 따갑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둠 속에서 평화로운 심정으로 있었다.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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