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시력 잃은 꼬실이(17)_마지막 함께한 1년

7154 2011. 2. 11. 10:02

 

 

 

 

시력 잃은 꼬실이(17)

_마지막 함께한 1년

 

 

 

다시 잠이 깬 네가 어렵게 계단을 내려오는 기색이어도 일부러 달려가지 않는 건, 비록 보이지 않더라도 너 스스로 찾아다니는 걸 터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신 톡톡톡 발소리를 내며 서재로 찾아 들어와 의자에 매달리면 냉큼 안아서 무릎에 앉혀 놓잖니. 오늘도 그럴 거다.

 

너는 아직 자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거실에서 들려오는 깨갱하는 비명. 다른 때보다 일찍 잠이 깨 소파에서 내려오려다 발을 헛디뎌 떨어졌나 짐작하며 후다닥 뛰어나갔다. 그러나 거실 어디에서도 떨고 서 있는 너는 보이지 않았다. 소파에 누워 담요를 반쯤 덮은 아까 그 모습 그대로 잠이 들어 있다.

‘꿈을 꾸었나. 무슨 꿈을 꾸었기에 그렇게 비명을 지른담.’

 

놀란 가슴은 아직도 콩콩 뛰고, 네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잠시 들여다보았다. 잠은 자고 있지만 썩 편하지는 않은 듯, 다른 때처럼 쌕쌕 고른 숨 쉬는 게 아니라 자꾸 뒤척인다.

‘살짝 자세를 바꾸려다 어딘가 삐걱하여 아파 비명을 지른 게냐. 말을 하지 못해 그렇지, 그 나이에 온몸 안 결리는 데가 있겠느냐.’

차마 깨우지는 못하고 얼굴을 들여다만 보다가 자리를 떴다.

 

‘제발 갈 때 가더라도 아파 고생하지는 말어.’

나도 요즘 걷잡을 수 없는 피로에 눌려 일상이 불편한지라 네 편안치 못한 잠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http://www.yes24.com/24/goods/4521672?scode=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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