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시력 잃은 꼬실이(16)_마지막 함께한 1년

7154 2011. 2. 10. 08:10

 

 

시력 잃은 꼬실이(16)

_마지막 함께한 1년

 

 

 

단호박이나 밤, 감자, 고구마 따위의 좀 무른 것을 먹다 보면 완벽하게 삼키지를 못할 때가 있다. 양 볼이 다람쥐처럼 볼록해져 만져보면 먹던 게 어금니 바깥쪽, 즉 볼과 어금니 사이에 붙어 있는 적이 많다. 가끔은 입천장에 납작하게 붙은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대개 손으로 주둥이를 문지르거나 해서 제 딴에는 어떻게든 떼어내려고 하지만 그게 가능할 리 없다. 결국 내가 손가락을 넣어 살짝 밀거나 떼어 줘야 한다.

 

어쩌다 내가 눈치를 채지 못 한 채 저 혼자 용쓰다 보면 주둥이 털이 빠지고 얼굴이 온통 침으로 젖어 처량한 몰골이 되어 나로 하여금 미안하게 한다. 그런데 큰 게 붙어 저도 몹시 불편하다면 그렇게 비벼 내가 얼른 눈치를 채기라도 하지만, 자그마한 것이 어금니에 걸리거나 앞니 바로 위쪽 천장에 살짝 붙어 있으면 달리 표현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어쨌든 먹는 것은 불편한 모양으로, 어찌어찌 절로 떼어질 때까지, 생으로 굶는 것이다. 그걸 오늘에야 알게 되었다. ‘내가 너무 둔한 건가.’

 

어제도 저녁밥 먹을 때인데 좋아하는 것을 얹어줘도 뒷걸음질을 쳤다. 혹시나 하고 붙들어 앉히고는 양쪽 볼의 어금니 있는 부분을 문질러줬다. 입안에 손가락을 넣는 것을 워낙 싫어하는지라 대개 이렇게만 해도 어금니와 볼 사이에 붙어 있는 자그마한 것은 떨어진다. 떨어진다기보다는 무른 것이라서 녹는다고 해야 할까 으깨 흩어진다고 해야 할까. 아니나 다를까, 헛 입질을 몇 번 하더니만 일부는 꿀꺽 삼키고 일부는 칵 뱉었다. 뱉은 걸 보니까 역시 아침에 먹은 고구마다.

‘세상에, 으깨진 고구마를 종일 입에 물고 살았단 말이야?’

 

아무래도 무른 간식 먹고 나면 다음 순서로 무조건 볼을 살살 비벼 마사지(?)를 해 주어야 할 것 같다. 평생 적응하지 못하는 이 닦기인지라 사나흘에 한 번 견뎌주는 게 어딘가 하고, 그런 녀석을 붙들고 아침저녁으로 닦아 주겠노라 고문할 수는 없으니까 볼 마사지 정도로 만족해야지 싶다.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http://www.yes24.com/24/goods/4521672?scode=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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