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잃은 꼬실이(29)
_마지막 함께한 1년
삼일절 끝나고 딸이 오늘 드디어 개강을 했다.
꼬실이가 전에는 집안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샅샅이 훑어보아 끝내 누나가 안 보이면 문 앞에 앉아서 혹은 문을 바라보며 앉아 있곤 했다. 그것을 보는 데도 가슴이 짠했었다.
그런데 인제 눈이 안 보이고 냄새도 못 맡으니 달리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냥 무작정 돌아다닌다. 여기다 콩 저기다 콩 박으면서 갔던 데 또 가고 또 가고, 그렇게 지금 네 시간째 좁은 집안을 뱅뱅 돌고 있다.
저로서는 이상하기만 할 거다. 진작 누나가 달랑 안아 투덕투덕 머리도 두드리고 등도 두드리고 엉덩이도 두드리고 뽀뽀도 하고 할 텐데 아무 반응이 없으니 답답하기만 할 게다. 안아다 내 무릎에 앉혀도 막무가내, 제 자리에 눕혀놓고 토닥토닥 재우려 해도 이내 떨치고 일어나 다시 누나를 찾아 나선다.
아무리 설명해 봤자 귓속에 들어갈 리 없는 내 말. 아주 큰소리 아니면 듣지를 못 하는 처지라 무언가 얘기를 들려주려면 악을 써야 하기 마련인데 그러면 꼭 화를 내며 나무라는 꼴이 되어 버린다. 더구나 긴 설명을 할 수 없음은 말할 나위 없다. 큰소리 짧은 낱말로나 주의를 기울이게 할 수 있으니까 ‘누나 없어’, ‘기다려’ 따위 소리나 질러야 하고, 그걸 이해할 수나 있을까. 뭔가 또 잘못한 게 있나 괜스레 주눅이나 들고 말 테지. 마음으로 하면 알아듣는다니 열심히 등 쓸어주면서 조근조근 설명을 하는데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고집불통 같으니라구.’
톡톡톡 걷는 발톱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끊임없이, 아마 오전 내내 십리도 넘게 걸었을 게다. 어쩐다? 누나 없는 생활에 익숙해지려면 대체 얼마나 걸릴까.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http://www.yes24.com/24/goods/4521672?scode=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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