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시력 잃은 꼬실이(27)

7154 2011. 2. 22. 15:43

 

시력 잃은 꼬실이(27)

_마지막 함께한 1년

 

제가 누나라고 어지간히 동생을 잘 챙기던 딸에게는 작은 요키라도 한 짐이었다. 가슴 그득하게 양손으로 안으며 같이 세월을 보낸 딸이 쑥쑥 자라 인제는 녀석을 한손에 달랑 들게끔 되었다. 무엇이나 동생에게 양보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자란 딸이다.

 

가고 싶은 곳이 강아지 불가라면 당연히 포기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남들 다 식당에 들어가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저 혼자 바깥에서 동생을 어르면서도 불만을 토로한 적 없던 딸이다.

 

녀석이 아프면 딸도 나와 함께 밤을 새며 지켰고, 숙제니 공부니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동생 챙기라면 그것을 우선으로 했다. 꼬실이 때문에 외둥이 내 딸은 누나 노릇을 톡톡히 익히며 양보하고 희생하는-더불어 사는 것을 배운 셈이고, 목숨에 대한 책임을 깨우친 셈이다. 꼬실이도 누나가 돌아오지 않으면 밥도 먹지 않고 문만 바라보며 기다렸다. 학교에서 야영이나 수학여행을 가 누나가 들어오지 않는 밤을 오똑 앉아서 문만 바라보며 기다린 녀석이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라고 있단다. 미국인 그 여자에 대해 TV에서도 보여주었다. 그걸 보며 감탄하고 울고 했다. 사기라는 둥 지나친 과장이라는 둥 여러 말이 있었겠지만, 반려동물을 데리고 있는 사람에게는 단순한 흥미 이전에 간절함을 갖고 그이를 봤을 것이다. 꼬실이 때문에 가입한 커뮤니티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들끼리만 따로 어울려 거의 친척처럼 식구처럼 지내온 지 7~8년 되었는데, 방송을 본 후에 저마다 한번 상담신청을 해보고 싶다고 틈만 나면 이야기한다. 그러나 신청하는 방법이 여기저기 나와 있음에도 가격이 만만치 않아 그저 모두 말 뿐이었다.

 

사실 다들 특별한 것을 상담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마찬가지일 소소한 것, 그러나 나름으로는 절실한 궁금증이란, 행복했냐 내지는 행복하냐, 우리를 사랑하고 있냐 따위다. 나 역시도 그게 궁금했다.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http://www.yes24.com/24/goods/4521672?scode=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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