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잃은 꼬실이(30)
_마지막 함께한 1년
그 동안 잘 견뎠는데 며칠 전에 드디어 폭발하고 말았다.
사실 꼬실이가 특별하게 군 건 아니었다. 다만 내 기분이 사나웠다고 하는 게 맞겠다. 일이 있어 거기까지 달려가는 내내 울어대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데, 가서도 차 안에서 녀석을 데리고 세 시간 넘게 기다리고만 있어야 했다.
더구나 달리지 않는 차 안에서도 녀석은 쉴 새 없이 울고 부들부들 떨었다. 불안한 울음이 쉬야를 하겠다는 소리 같아 바깥에 데리고 나가면 무작정 걸으려고만 하고, 그러다 주차된 차들에 박고 꾸웅 울었다. 십여 차례를 안고 차에서 내렸다 탔다가, 품에 안아 달래고 흔들어 주고 농담도 건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바깥은 이미 밤인데다가 바람이 불고 비가 오락가락해서 나가 돌아다닐 수도 없었다. 저도 무언가 요구할 게 있는데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했겠지만, 나는 그야말로 미칠 지경이었다. 조금만, 한 30분만 더 버티면 되었을 것을 끝내 참을성이 한계에 다다랐다. 어느 순간 녀석을 조수석에 팽개치고 소리를 꽥 질렀다.
“나더러 어떡하라구우”
한 바퀴 핑그르 구른 녀석은 벌떡 일어나 나를 향해 비명처럼 짖었다. 딱 한 번, 마치 ‘나도 어떡하라구우’ 항의를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곤 이내 털썩 주저앉았다. 그때까지 그렇게 사시나무 떨 듯 하던 녀석이 더 이상 떨지 않았다.
몹시 화가 났을까. 몹시 비참했을까. 몹시 서러웠을까. 순간 아차 싶었지만 아직도 화가 나 있는 상태라서 꿈쩍도 하지 않고 지켜만 보았다. 10분 정도를 꼼짝하지 않고 있던 녀석이 ‘꼼틀’, 몸을 둥글게 말아 누웠다. 아무 것도 안 깔려 있는 빈 의자에 동그랗게 누운 녀석은, 기껏 한 사람분의 의자이건만 그게 많이 넓어 보일 정도로 아주 조그마했다.
눈물이 났다. 핸들에 팔을 얹고 고개를 파묻고는 엉엉 울었다.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http://www.yes24.com/24/goods/4521672?scode=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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